현 인류의 종말은 크게 두 가지 재앙에 기인할 수 있다. 하나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그 예고편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 글의 주제인 기후온난화에 의한 재앙으로 전자 못지않다. 연일 하루가 다르게 지구 곳곳에서 폭염, 폭우, 대형 산불로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겪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높아져 섬이 물에 잠기고 유럽 국가들은 제방을 세운다고 난리다. 지구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후 겨우 1도 남짓 상승했는데 이런 심각한 재앙이 닥치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고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2100년엔 3도가 상승하여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는 2050년을 탄소중립 원년으로 정하고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목표 아래 필자가 살고 있는 스웨덴과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은 어떠한지, 이것이 한국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스웨덴의 철강기업 SSAB는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제로철’을 생산하고 Volvo와 Scania는 화석연료제로철로 자동차, 트럭, 중장비 차량들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웨덴 정부연구조사위원회는 2030년에 신형 화석연료(휘발유, 디젤, 천연가스) 자동차 판매를, 2040년에 화석연료 자체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최대 일간지 DN은 연일 특집을 통해 스웨덴의 기후목표가 스웨덴 생산재에 국한되어 있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소비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은 반영하지 않아 기후목표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 정도만 반영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문은 또 파리기후협약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형평성의 원칙’ (the principle of equity)에도 위배된다며 이것을 감안하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은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들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제로철이나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금지는 파격적인 면이 있다. EU 또한 이에 버금간다. 7월 14일 EU Commission 의장은 ‘Fit for 55’라는 EU기후팩키지(package)를 발표하고 EU의 온실가스 배출을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이전의 40% 감축에서 55% 감축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하여 12개 법안을 예고했다. 예를 들어 2005년 이후 적용해온 탄소배출 및 매매 가격을 대폭 높이고 2035년에는 신형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했다.
동시에 한국 제조업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탄소국경세(CBAM)’ 도입을 선언했다. 탄소국경세는 1차적으로 2023년에 철강 등 5개 분야에, 2026년에는 모든 품목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스웨덴 기자들이 지적한 것과 같이 EU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하여 EU 기업이 EU기후목표에 준하여 생산할 때 드는 추가비용 부분을 관세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EU 밖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EU 기업들이 국제무역에서 기후위기 대책으로 손해를 보거나 EU 기업들이 탄소세 약한 나라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제안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수출 경제에 크게 의존하며 동시에 ‘기후악당’이라 불릴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6년부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국경세가 매년 3조 7000억 원에 달하고 이는 한 해 전체 영업이익에 해당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도 곧 EU와 같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니 철강을 필두로 한 한국 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크게 추락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U의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EU와의 협상에서 탄소국경세 완화나 우리나라의 예외 적용을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정부 에너지 정책을 전력 생산의 40%인 화력발전에서 해 바람 물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극심한 철강을 비롯한 주력 산업의 탄소중립화를 위하여 정부가 적극 재정 및 기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지구와 기업을 동시에 살리는 길이다.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