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미쳐가는 세상에서 깨춤을 추고 /구영기

  • 구영기 전 생명그물 대표
  •  |   입력 : 2021-07-28 19:20:0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결국 또 휴대전화를 바꿨다. 아직 충분히 잘 쓸 수 있는데 말이다. 어디 탈이 난 것도 아니고 늘 쓰는 앱이나 씀씀이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전화기 액정이 깨졌거나 긁혀 싫증이 난 건 더더욱 아니다. 앞으로도 한참 더 쓸 수 있는 말짱한 전화기를 버렸다. 왜?

약정기간이 지나자 대리점 젊은이가 수시로 전화를 해댔다. 딱 잘라 거절했어야 하는데 모질지 못한 내가 다정하게 응대한 것이 문제였다. 꼭 방문해 주시라, 언제 오실 거냐, 이번 일요일 기다리고 있겠다, 가능한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이 집요한 성화에 내가 그만 넘어간 것이다.

최신 전화기를 거저 준다는 것도 마뜩잖다. 다만 오래전 내가 영업하러 나섰을 때의 막막함, 종일 싸돌아다녔지만 아무 성과도 없이 공장으로 돌아올 때의 암담함,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전화기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팔고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다, 전화기 하나 팔아 실적을 쌓고 벌이하는 고단한 젊은이들이 마음에 끼어 그까짓 것 하나 갈아주면 어때? 해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자본은 무섭다. 용케 약한 틈을 찾아 비집고 쪼아서 기어코 사달을 내고야 만다.

그런데 이 전화기라는 요물이 그냥 뚝딱 떨어지는가? 전화기 하나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또 탄소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가. 자본은 이 모든 실상과 아픔을 화려하게 치장한 포장지로 감싸 우리 눈을 멀게 하고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경제 전문가라는 이는 아직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우리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 거라 떠벌인다.

어릴 적 3년 치 용돈을 모아 어렵게 산 무선자동차는 고장이 나도 어떻게든 고쳐 오래 갖고 놀았다. 지금 말도 안 되게 싼 중국산 제품이 쉽게 가져다 주는 행복은 그저 가볍고 금방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또 새 걸 사면 되니까 애착도 없다. 값이 싼 만큼 내일의 폐기물을 사는 셈이다.

안타깝지만 나는 지금 지구 생명체의 그물망이 점점 더 가파르게 망가지고 있는 여섯 번째 대량 절멸 사태에 가담하고 있다. 운석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을 제외한 나머지 네 번의 대량 절멸은 모두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이제 날이 갈수록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세상에 있다. 조짐이 예사롭지 않아 불길함을 더한다. 1000년 만의 대홍수를 불러온 서유럽 폭우, 살인적 폭염 속 미국 서부지역 산불 등 세계 곳곳에서 점점 강도를 더하는 극한 기상 현상은 모두 온실가스로 인해 촉발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제야 겨우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실감하는지 모르지만, 여기저기 들고나오는 ‘탄소 제로’ 대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딱 잘라 말하면 눈속임이고 허망하기 그지없다. 오발탄인가? 진심이 담긴 참회라면 우리의 경제 방식 모든 걸 통째 바꿔야 한다. 어쩌면 전기 없이 살던 생활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목적지 없이 하늘을 떠돌다 돌아오는 무착륙 비행이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지 않은가. 면세품 구매를 미끼로 말이다. 불과 몇 분의 우주여행을 위해 로켓이 내뿜는 온실가스로 인한 고통은 우주여행 꿈도 못 꾸는 많은 생명체가 치른다. 철없는 부자들의 놀음에 왜 아무 죄 없는 목숨이 위협받으며 시달려야 하는가. 우리는 지구인이다. 이 고마운 지구를 버리고 어디로 간다고? 과도한 인구와 천연자원의 고갈로 인한 피로, 쓸데없이 복잡해진 인간 사회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낭비한다. 제정신이 아니다.

사람의 숫자와 수명이 늘어날수록 대지와 물과 공기에 미치는 영향도 당연히 커진다. 현재 지구상에는 모든 야생 포유류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생태계를 위해서라면 인구가 더 줄어야 하는데 인구감소로 경제가 망가질 거라고 깨춤을 춘다. 난데없는 반려견, 반려묘의 증가가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 또 음식물 배달로 인해 늘어난 오토바이 배기가스는 기후변화와 상관없는가?

권력을 갖고 노는 게 자본이다. 순진하게도 탄소 제로가 가능할 거라 생각하시나? 조금 오래 산다면 이 천국이 화탕지옥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게 될 거다. 아마도.

전 생명그물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3. 3[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4. 4[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5. 5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6. 6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7. 7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8. 8FBI, 바이낸스 가상화폐 8.4조원 털이범으로 북한 지목
  9. 9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10. 10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3. 3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4. 4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7. 7“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8. 8“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9. 9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6. 6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
  7. 7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8. 8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9. 9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4. 4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5. 5울산시, 노동안전감독과 신설 등 '2026년 하반기 조직개편안' 입법 예고
  6. 6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7. 7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8. 8[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9. 9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10. 10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