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창조산업이 무섭게 일어서고 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과 정보기술 등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이 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의하면 게임 드라마 영화 만화 방송 출판 음악 등에 종사하는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매출이 2019년 기준 126.7조 원에 이르렀다. 자동차 기업의 총매출액이 189.1조 원, 반도체 기업이 129.4조원으로 앞서고, 3위가 창조산업이다.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석유화학 철강 식음료 등이 그 다음이다. 이는 한국에서 엄청난 변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창조산업의 도약은 국가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선진국이 되면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 있다.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서비스 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거다. 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제조업의 위력은 유지되면서 창조산업이라는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 산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제조업과 창조산업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한류가 글로벌 팬덤이 되자 한국 화장품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예다. 국제적으로 이런 나라는 흔치 않다.
창조산업의 도약은 청년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청년들은 위계성이 강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해야 했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도, 그리고 창의적 생각이 허튼소리로 간주되어도 인내하며 버텨야 했다. 창조산업은 청년들을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스럽게 만들어 준다. BTS가 대표적이다. 이름도 없던 보이그룹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창의적 역량만으로 세계에 우뚝 선 대표적 예다. 음악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게임 드라마 영화 만화 방송 출판 등의 분야에서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웹툰이 단적인 증거다. 이것은 한국 젊은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독창적인 산업으로, 일본 망가와 미국 코믹과 더불어 세계 3대 만화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적 게임 플레이어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이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넘어선다. 스타크래프트라는 무명의 게임을 세계적 게임으로 만들어주고 급기야 글로벌 게임산업의 단초를 제공한 주인공이 한국의 청년 임요환이었다. 이제는 세대를 건너 이상혁이라는 게이머가 세계적 우상이 되었다.
한국 창조산업의 열풍이 일시적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가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 한류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를 염려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 한국의 창조산업이 과거의 음악이나 영화에서 벗어나 그 영역이 훨씬 넓어진 것이다. 웹툰은 말할 것도 없고 출판과 드라마에서도 한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여기에 들어가 보면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시리즈물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음이 쉽게 발견된다. 킹덤이라는 한국판 좀비 시리즈물은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시즌1과 2에 푹 빠졌던 세계인이 시즌3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넷플릭스에는 글로벌 시청률 상위 10에 한국 드라마들이 즐비하다. 창조산업의 지속성을 예측할 수 있는 증거들이 더 있다. 우선, 창조산업을 도약시킬 수 있는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을 들 수 있다. 미국에는 ‘아메리카 갓 탈랜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방면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다. 여기에 까다롭고 잔인한 말도 서슴지 않는 사이먼 코웰이라는 심사위원이 있다. 그가 한국인 참가자를 심사하면서 도대체 한국은 어떤 나라이기에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창조적 재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느냐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은 창조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제작 능력 그리고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TV 프로그램들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수출되어 난리가 나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프로그램이 유럽 각국에 수출되었는데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 일로 인해 세계는 한국의 TV 프로그램이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창조산업 역량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에서 살펴본 통계는 2019년의 것이다. 만일 2021년의 통계라면 창조산업의 기업 매출액은 반도체산업을 넘어섰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창조산업이 마냥 잘 나갈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창조산업은 재능 있는 인재나 제작역량 그리고 인프라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정치·사회적 노력도 중요하다. 창조산업은 철저히 수평적이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 내 참신한 생각이 즉시 반영되고 꽃 피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복잡하고 통제가 강한 정치·사회 구조 속에서는 절대로 창조산업을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 속에서 정치·사회 구조를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광운대 교수·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