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 2016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를 출입하며 취재할 때였다. 그날은 이맘때쯤으로 꽤나 무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7월 25일이었다. 이날은 부산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계획서를 제출한 날이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자신을 포함한 5명의 범시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함께 세종시를 찾아 현지에서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언론인들 앞에서 세계박람회 유치 계획과 의지를 설명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를 향한 공식 여정이 첫발을 뗀 것이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는 꽤 오랜 여정 끝에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3일 김영주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위원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부산시가 애초에 구상했던 유치위원회의 ‘그룹 총수 위원장’ 체제가 무산되고,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후에 출범하긴 했지만,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세계박람회 유치는 국내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43조 원의 생산, 10조 원의 부가가치, 50만여 명의 취업 등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가덕신공항, 동남권 메가시티 등 시의 미래 핵심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는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범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 시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그래도 역시 유치 활동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유치신청 도시의 수장인 박형준 시장이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국가 역량을 모아나가는 것도 박 시장의 몫이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은 2023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시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추진하고 나설 때는 현재의 국민의힘 소속 시장에, 국민의힘 정부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같은 당 소속 시장 재임 때 세계박람회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승인됐다. 유치전이 본격화한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지만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다시 바뀌었다. 그사이 국회도 민주당 소속 의원의 압도적 다수로 변했다. 정치적 도움이 절실한 박 시장에게 녹록지 않은 여건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지원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산 출신 이주환(국민의힘·연제) 전봉민(무소속·수영) 의원이 유치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거나, 국회 특위 구성에 나선 데 이어 집권 여당 대표가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송 대표를 움직인 이는 다름 아닌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재호(남을) 의원이다. 박 위원장이 송 대표에게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송 대표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대표가 발의하는 만큼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당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박 시장의 숙제를 박 위원장이 풀어준 셈이다. 지역 최대 현안을 두고 야당 소속 시장과 여당 시당위원장이 이른바 ‘협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박 시장 취임으로 부산은 야당 소속 시장과 여당 시의원 절대다수의 시의회가 동거하는 전례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취임 한 달 만인 5월 9일 박 위원장과 마주 앉아 주요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치를 다짐하는 협약을 맺었다.
박 시장은 지난달 시의회 추경안 심의에서 자신의 1호 공약인 어반루프 관련 용역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소통 부족을 인정하며 시의회와의 협력 관계 강화를 거듭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지역에서 야당 신세가 됐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시민의 눈높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만큼 시정 발목 잡기로는 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한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할 많은 사안이 있을 것이다. 세계박람회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 추진을 위한 협치는 한편으로 선의의 경쟁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맺은 협치 약속의 성실한 이행은 부산이 세계엑스포 유치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