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하나. 인간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음식은 모유다. 그런데 모유를 떼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딜레마에 빠진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처음 접하는 모든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두려워한다. 이를 ‘푸드 네오포비아’라 한다. 이때 유아가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엄마밖에 없다. 엄마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음식을 먹는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엄마는 최대한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는 그 표정을 믿고 이유식을 받아들인다.
사례 둘. 음식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 제작진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촬영감독은 뷰파인더를 통해 내 얼굴을 지겹도록 본다. 나는 항상 같은 표정을 짓는다고 느끼는데 촬영감독이 보기에는 다르다고 한다. 정말로 맛있어 하는 때와 맛있는 척을 하는 때를 귀신같이 가려낸다. 내가 정말 맛있게 먹은 음식의 경우 촬영이 끝나면 너나할 것 없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사례 셋. 몇 년 전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걸그룹 멤버가 곱창집에서 혼자 3인분이 넘는 곱창구이와 전골을 아주 맛깔나고 야무지게 먹었다. 출연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명을 질렀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일제히 곱창집으로 향했다. 곱창 비수기인 여름에 때 아닌 ‘곱창대란’이 벌어졌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니 곱창집 주인들은 “손님이 몰려도 팔 곱창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이상의 세 가지 사례는 각각 다른 상황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원리는 사실 동일하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은 그의 저서 ‘맛 이야기’에서 “사실 뇌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의 뇌가 세계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따라 하기’다. 뇌에는 따라 하기 전문 뉴런인 미러뉴런이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연구팀은 원숭이가 손으로 물체를 잡을 때 관장하는 신경세포를 찾던 중 놀라운 발견을 한다. 자신은 움직이지 않지만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동작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마치 거울에 비추듯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이를 ‘미러뉴런’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숭이와 거의 동일한 뇌 구조를 가진 인간에게도 이러한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인간의 뇌는 애초에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그것을 따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상대의 표정만으로 음식의 맛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연예인이 먹는 모습만 보고도 곱창집 앞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가진 탁월한 흉내 내기 능력은 학습과 문화의 기반이 되었으며 공감능력으로까지 발전했다. 즉, 남이 먹는 걸 보고 나도 먹고 싶다는 욕망은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요구하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니 ‘맛집’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마시라. 당신이 정작 경계해야 될 대상은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의 심리를 얄밉도록 치밀하게 이용하는 미디어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