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불쑥 솟아올랐다.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 탓이었다. 이날 홍천은 41도, 서울은 39.6도로 각각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부산에서는 이날까지 12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종전 지역 최대치였던 2016년(112명) 수준을 넘어섰다. 장마 기간이 1973년(6일)에 이어 두 번째(남부 14일, 중부 16일)로 짧았기에 폭염의 고통은 더 컸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4일로 역대 최다였다. 8월 2일(30.3도) 서울에 국내 두 번째로 초열대야(최저기온 30도 이상)가 나타나 3일(30.4도)까지 이어졌다. 부산에는 1994년과 함께 역대 최장인 21일의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가 펼쳐졌다.
2018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폭염에 휩싸인 해였다. 일본은 8월 5일 기준으로 7만10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38명이 숨졌다. 열사병을 우려해 세계문화유산인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한 그리스에선 산불로 50여 명이 사망했다. 스웨덴에서도 산불이 60여 건 발생했다. 당시 유럽은 온도 30도 이상, 습도 30% 이하, 시간당 풍속 30㎞ 이상이란 ‘30-30-30’ 발화 조건이 갖춰진 상태였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북한 자강도 중강 지역의 기온 또한 40도를 웃돌았다. 잘 발달된 고기압이 지표면의 열기를 가둬 기온이 올라가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었다. 열돔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태풍 3개(마리아, 암필, 종다리)가 경로를 바꾸고, 1개(리피)는 아예 소멸될 정도였다.
올해 여름에도 2018년 같은 폭염이 엄습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8, 19일 전국에 한 차례 더 비가 내린 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겠다”고 예보했다. 20일께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어 열돔 현상이 일어나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올해 장마는 역대 세 번째로 짧은 17일(7월 3~19일)로 종료된다. 장기 열대야는 물론 초열대야의 재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0도를 웃도는 북미 대륙의 살인적 폭염에서 이미 그 조짐을 목격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열돔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압축성장의 반환경적 문명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역시 그 산물이다. 올해 여름, 그 문명이 인간을 향한 전면 역습에 나선 셈이다. 반환경의 죄로 열대야를 백야처럼 하얗게 뜬눈으로 지새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