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동백유원지와 남구 이기대공원을 잇는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두고 부산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 사업자가 5년 만에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고, 부산 발전을 가로막는 12개 ‘장기표류사업’ 가운데 하나로 분류해 연내 해법을 도출하겠다는 방침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로 좀처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 내부 검토와 다양한 이해 당사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상황임도 분명하다. 예기치 않은 갈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 늦춰져선 곤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한 이후 시는 여야 협치를 통해 오랫동안 표류하던 사업을 정리하자며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과 함께 4자 협의를 이뤘다. 이렇게 선정된 12개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갈등사업으로 분류된 것이 해운대~이기대 해상관광 케이블카 사업이다. 시는 30여 개 부서로부터 해상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환경훼손, 교통대책, 태풍 등 재해 발생 시 안전 문제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또 부산연구원은 해상 케이블카의 적절성, 경제성, 실현 가능성 등 검토 결과를 시에 보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또한 들었다. 박 시장과 여야정 협의체가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민간 사업자는 6091억 원을 들여 4.2㎞짜리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연간 관광객 365만 명을 부산으로 불러들여 생산유발효과 12조3533억 원, 부가가치효과 5조9100억 원, 취업유발효과 14만5933명 등으로 부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차난과 환경훼손, 공적기여 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1차 제안서가 반려된 점을 고려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담았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수영구가 대표적이다. 또 환경훼손과 주차난 등 생활여건 침해 등 케이블카 기·종점 인근 주민들의 의견도 살펴야 마땅하다.

이 때문에 공론화위원회에 관심이 모아진다. 갈등을 녹여내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하는 협치 모델의 가능성이다. 어제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내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선거 분위기에 휩쓸릴 경우 자칫 공론화위원회를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 측에선 이것이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무산시키는 방법이랄 수 있겠으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관광 인프라 구축은 국제관광도시이자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선언한 시로선 최대 과제의 하나다. 무엇이 최선인지 시민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는 필요하다. 박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대목이다. 공론화위원회가 부산의 미래를 위해 토론하고, 시민이 그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일 때 부산시정이 한단계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