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ate is everything. 올해 4월 발간된 타임지의 표지 제목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못해 이제 모든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매체에서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보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최근 들어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 역시 앞으로는 비상사태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심각한 기후 문제를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전 지구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해운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해운산업에 대한 규제 도입이 지난 6월, 비로소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17일 8일간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가 화상회의로 열렸다. 그간 해운업계에서 뜨거운 주제로 거론되었던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와 탄소집약도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가 이 회의에서 도입이 최종 확정됐다.
이미 신조선에는 2013년부터 에너지효율설계지수라고 하는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에너지효율이 기준치보다 좋은 선박을 건조하도록 강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EEXI는 신조선에 적용하던 에너지효율 기준치를 2023년부터 현존선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는 조치다. EEXI가 적용될 경우 선박의 출력을 대략 10%에서 40%까지 제한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국제해운의 탄소집약도를 2008년 대비 40% 향상하겠다는 IMO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현존선에도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EEXI 규정 제정의 의미지만 선주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100마력인 차량을 구입했는데 갑자기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60마력만 사용하도록 제한을 받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현존선이 영향을 받게 될까? KR이 EEXI 영향에 대한 자체 계산을 수행한 결과, 조사대상 선박의 약 80%가 출력제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EEDI와 EEXI가 엔진출력을 기준으로 하는 기술적인 조치라면 운항적 조치인 CII 역시 2023년부터 시행된다. 탄소집약도는 선박의 실운항데이터 즉, 사용연료량 및 운항거리를 사용해서 1년간 선박이 1t의 화물을 1해리 실어 나르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집계한 것이다. 매년 경감률을 고려하여 해당연도의 요구치가 결정되고, 이 요구치와 실제 선박의 탄소집약도를 비교해 선박의 탄소집약도 등급을 A B C D E 등급으로 매기게 된다. A등급이 가장 좋은 등급이고,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게 되면 탄소집약도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야한다. 매년 평가를 받고 경감률에 따라 요구치가 매년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CII는 해운선사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현재 가용 가능한 선박 운항정보를 기준으로 KR이 자체 평가한 결과, 대상 선박의 80%가 C D E 등급에 해당된다. 선박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해운업계가 EEXI와 CII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KR은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지난해부터 약 30회 이상 IMO에서 논의되는 과정과 내용을 해운선사에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올해 초에는 웹기반 ‘EEXI/CII 계산 프로그램’을 출시하였으며, IMO에서 관련 규정들이 개정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EEXI/CII 가이드라인’의 발간 예정 등 선사들이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 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운은 글로벌 물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자 젖줄이다. 혹자는 탈탄소 규제가 해운산업에는 위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다른 분야와 ‘협업’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면 해운이 오히려 글로벌 탈탄소화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지 ‘Climate is everything’ 표지 또한 전 지구가 불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기후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탈탄소화 요구는 피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요구이고 극복해야 할 불확실성이 매우 많다. 규제 경제 해상물동량 기술개발 수준 등이 모두 변수다.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협업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해운업계는 또 다른 성장을 달성하느냐, 침체에 발목을 묶이느냐로 향방은 가려질 것이다.
한국선급 기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