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백제 산수문전

  • 황정수
  •  |   입력 : 2021-07-06 19:38:5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염병 코로나19가 느닷없이 온 세상을 덮쳐 오자 모든 일이 멈춰지고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별다른 할 일도 없어 그동안 바쁜 일상을 핑계로 등한시했던 유적 답사를 다시 시작했다. 우선 시, 군 단위로 지역 문화재를 조사, 선별하여 하나하나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서울 주변 경기 지역부터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봐야 할 유적지가 너무 많았다. 전국을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지 예측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당분간은 경기,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백제 문화권을 더듬어 보는 수순을 밟기로 하였다.

백제의 ‘산수문전’.
우리나라는 불교 유적이 많아 주로 사찰 폐사지 불상 등을 찾아다니는 것이 답사의 주된 일이이었다. 이러한 유적들은 대부분 주변 환경이 아름다운 산 속에 있어 마치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많았다. 특히 폐사지의 호젓함, 미륵 불상의 신비로운 표정 등은 지칠 법한 발길을 멈추지 못하게 끌어당겼다. 경기도의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충청 지역의 당진, 예산을 지나 아마 서산의 ‘백제의 미소’ ‘마애석불’을 볼 때쯤이었으리라. 어려운 시대 상황으로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홀로 걷는 내 모습이 마치 참회 도량을 찾아가는 수행자의 모습 같기도 하였다.

집에 돌아와 여러 자료를 들여다보다 유명한 백제의 ‘산수문전(山水紋塼)’을 보는데, 갑자기 그동안 보았던 백제의 모습이 이 작은 벽돌 안으로 모두 모여드는 것처럼 느꼈다. 지친 발길을 함께 했던 산 바위 계곡 나무 구름 등이 다 그 안에 있었다. 아래쪽으로는 우뚝 솟은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고, 하늘 위로는 뭉게구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나무를 이고 서 있는 봉우리들은 당시 사람들이 그리던 이상향 봉래산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향이 마치 우리 근처에 있는 산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금강산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전에 보지 못하던 풍경 하나가 눈에 더 들어온다. 한 가운데 암자 같은 집이 한 채 있고, 우측 바위 앞으로 스님인 듯한 인물 한 명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그동안 산길을 걸으며 많은 유적을 찾은 경험 때문일 것이다. 과연 저 인물은 수도를 하러 신성한 곳으로 찾아가는 구도자일까? 아니면 속세를 떠나 자연 깊은 곳으로 찾아가는 자연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산수문전’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이런 것을 보면 ‘산수문전’은 백제인의 삶의 지향을 보여주는 사상적 자료일 뿐만 아니라, 순연한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진 깊은 회화성을 띠는 미술품이기도 하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3. 3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4. 4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5. 5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6. 6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7. 7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8. 8부산촬영소 상반기 착공? 경관심의 통과가 첫 단추
  9. 9미국 F-22 동원 ‘정찰풍선’ 격추…중국 “민간용에 과잉대응”
  10. 10입춘 지나자 부산 울산 경남 낮 최고 10~13도...남해는 밤비
  1. 1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2. 2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임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3. 3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4. 4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5. 5"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6. 6윤심 논란에 대통령실 개입까지 진흙탕 싸움된 與 3·8전대
  7. 7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8. 8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9. 9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 만에 공석 해소
  10. 10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3. 3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4. 4부산엑스포 현지실사 때 '최첨단 교통' UAM 뜬다
  5. 5“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6. 6“전기차 부품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 파격 지원을”
  7. 7“부산 녹색성장 적극 대응…‘대한민국 미래’로 거듭나야”
  8. 8“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9. 9“산은, 녹색기술 투자 견인…기보는 벤처투자 연계를”
  10. 10“온실가스 감축 비용 계속 증가…배출권 시장 효과적 관리 관건”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3. 3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4. 4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5. 5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6. 6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7. 7입춘 지나자 부산 울산 경남 낮 최고 10~13도...남해는 밤비
  8. 8“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9. 9버거운 난방비에…목욕탕 일찍 문닫고, 식당은 감원 고민
  10. 10“개금 주원초 학부모 70% 통·폐합 찬성한다”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4. 4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마스크 안 벗는 이유
남천삼익비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가덕경제자유구역, 전제는 순조로운 공항 건설
치솟는 연료물가 먹거리물가…체감물가 겹고통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