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래된 지방 서민아파트에까지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어닥쳤다. 국제신문과 부동산서베이가 올해 3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매매계약을 신고한 부산지역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사하구 다대동 다대몰운대(157건)와 영도구 동삼동 동삼그린힐(133건)이 거래량 1, 2위를 차지했다. 각각 1996년과 1993년에 건립된 노후 아파트의 거래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이뤄진 건 이례적이다. 세금 중과 면제 혜택 때문이다. 부산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 구입 때 2주택자는 집값의 8%, 3주택자 이상은 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처럼 공시가격이 1억 원 미만인 경우 집값의 1.1%만 내면 된다. 부산의 거래량 상위 10개 아파트 중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이 8곳, 1990년대 준공은 7곳이다.
수도권과 광역시·세종시를 제외한 지방의 혜택은 더 크다. 1주택자가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매입해 2주택자가 되더라도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아파트를 먼저 팔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량 순위 분석에서 경남 창원성산구 상남동 성원아파트(192건)가 4위에 오른 연유다. 문제는 대부분 집값에 비해 전세가의 비율이 높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한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90%인 9000만 원짜리 주택은 900만 원만 주면 살 수 있다. 적은 돈으로 많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의 전형적 수법이 갭투자다.
갭투자는 세입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고를 야기한다. 건물주가 여윳돈이 없을 경우 주택 매매나 임대차에 차질이 생기면 전세금은 묶일 수밖에 없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건물주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변제해준 사례가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2408건으로 73배, 같은 기간 금액은 34억 원에서 4415억 원으로 130배나 늘어났다. 그나마 HUG의 대위변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한 세입자만 받을 수 있다. 미가입 세입자가 80%를 넘는다고 한다. 세입자의 다수가 전세금을 못 받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 서민아파트까지 휩쓴 부동산 투기 바람, 그로 인한 전세금 미지급 사고 증가 우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인물을 청와대 사정 라인의 핵심인 반부패비서관으로 기용하니 어찌 제대로 된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에서 서민이 신음하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