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내년에 필요하다고 정부 각 부처에 신청한 국비가 모두 8조2019억 원이라고 한다. 각 부처가 지난달 말까지 지자체로부터 받은 내년 국비 요구안은 기획재정부에 전달됐다. 이를 토대로 내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작업에 들어간 기획재정부는 오는 9월 3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주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부산시의 국비 확보전이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시 요구액은 올해 국비 확보액 7조7200억 원보다 6.2%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8조 원을 웃돈다. 2017년 5조4800억 원, 2018년 5조7100억 원, 2019년 6조2700억 원, 2020년 7조800억 원 등 시가 확보한 국비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온 만큼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바라는 시민 마음은 한결같다고 하겠다.

시는 8조2019억 원을 확보한다면 복지 분야에 4조4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4조1619억 원을 주요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 바탕은 당연히 시민이다.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소상공인을 챙겨야 하고, 가라앉은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한가지 더 한다면 박형준 시장 체제에서 처음 맞는 국비 확보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 즉 내년 시장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가 부산형 뉴딜 사업 가속화, 그린 스마트 도시 구현, 동서 간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 목표액 확보를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이유다. 한국판 뉴딜과 K자형 양극화 해소 등 정부가 내세운 핵심과제에 부응하며 박 시장이 지향하는 시정 목표를 실천하려는 고차방정식인 셈이다.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정 정상화’를 강조하며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목표액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해 왔고, 안도걸 기재부 제2차관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을 질서 있게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급격하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은 위안거리다. 기재부가 잠정 설정한 내년 총예산 증가율 7, 8% 수준이 그 배경이다.

박 시장은 앞서 여야 정당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자신의 부산 발전 청사진을 설명하며 전폭적인 예산 뒷받침을 요청했다. 부산 산업단지 대개조 추진 1945억 원, 신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신교통수단 발굴 연구용역 10억 원,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 운영 150억 원, 지자체-대한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300억 원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업들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와 똘똘 뭉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