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정비(MRO) 사업 추진은 무리하다.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인 데다, 망국적 수도권 중심주의를 확대·강화하는 폭거여서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과 경남도의회 등 지역 정치권의 거센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둘러싼 경남과 인천의 갈등을 1년 넘게 방관하고 있다. 법치·국토균형발전 의지를 의심케 한다.
한국공항공사법 제9조 1항과 동법 시행령 제9조 2항에는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은 항공MRO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인천공항은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5월 4일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국내 항공정비 전문기업인 ‘샤프테크닉스K(STK)’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인천공항에 항공기 개조시설을 설치해 2024년부터 미국 보잉사의 B777-300ER 등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MRO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구을) 의원이 인천공항공사 사업에 항공기정비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돼 있는 상태다. 한국공항공사법과 인천공항공사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인천공항공사의 MRO 사업 추진은 불법인데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법치는 이름뿐이다.
법치가 유명무실해지는 이면에는 철옹성 같은 수도권 중심주의가 버티고 있다. 정부의 지역산업 육성 정책은 수도권 중심주의 앞에선 무기력하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 지원 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KAI는 이에 이듬해 ‘한국항공서비스’를 설립해 MRO 사업에 나섰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비행기를 정비하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4229억 원을 투자해 사천에 31만여㎡ 규모의 MRO 단지를 조성 중이다. 인천공항공사가 MRO 사업에 진출하면 국내외 MRO 수요가 인천으로 쏠려 이런 모든 노력이 빈껍데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비행기 출입이 가장 많은 공항에 유능한 정비소가 있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비를 하러 가겠는가. 이런데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국토균형발전 역시 이름뿐이긴 매한가지다.
정부 지원 약속을 믿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벌이는 지역특화산업마저 물거품이 될 처지라면 더는 품을 희망이 없다. 지방은 육식공룡처럼 맹위를 떨치는 수도권 중심주의 서슬 아래 말라죽어가는 일만 남았다. 지방이 고사한 국가의 미래 또한 같은 운명을 면키 어렵다. 누구나 아는 자명한 진실이다. 그런 진실에 정부만 눈 감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불법 MRO 사업 추진을 방치하고 있는 게 단적인 증거다. 모두가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대책 없이 흘러가는 현실, 우리의 서글픈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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