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자니 잘 열어주지 않고, 담을 넘어가려니 담장이 너무 높아요!”

J 구청이 교육부의 올해 미래교육지구 사업 지자체로 선정되었다. 이 사업을 추동할 추진단이 지난 4월에 발족되어 첫 협의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나온 마을활동가의 애로사항에 대한 일성이었다.

교육당국에서는 마을교육공동체, 다행복교육지구, 미래교육지구 사업 등으로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을 표방하고 있으나 정작 마을활동가가 학교와 함께 일을 하려고 하면 학교와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이고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에 발 벗고 나선 분들이다.

교육부의 미래교육지구는 각 시·도 혁신교육지구(부산은 다행복교육지구) 중에서 공모를 거쳐 전국에 22개 지구가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 중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시작되어 올해 2년 차가 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이 정착되어가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적어도 다음 3가지의 과제를 고민해야 할 듯하다.

우선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설정이다. 현재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관계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의결기관의 통합구조와 집행기관의 분리구조로 되어 있지만, 집행기관 사이에는 교육행정협의회와 협력부서를 두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자치의 주체인 주민이 곧 일반자치의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2018년 다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협력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며 좀 더 밀착된 동반자적 체제 구축을 위하여 ‘부산광역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와 ‘부산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병합하는 방안도 두 기관에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교육청과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기능 강화이다. 부산의 16개 구·군 중에서 9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다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각각 ‘다행복교육지원센터’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청 소속 직원 2명(장학사 1명 포함)과 구청 소속 직원 2명이 함께 근무하여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물리적 결합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역할이 교육청 사업 몇 개, 구청 사업 몇 개를 각자 추진하게 함으로써 원소속 기관의 파견자에 머물게 해서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들의 강력한 화학적 결합으로 마을교육촉진자로서 헌신하며 독자적인 운영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센터가 그 지역의 주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향후 ‘주민자치회’와 연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과 분리된 학교를 공동체로 결합하여 건강한 지역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학교는 돌봄, 방과후학교, 봉사활동, 진로활동 운영 등 기능적으로 너무나 비대해 있는 반면에 교실은 이전 수준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국가수준의 교과내용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잔존한다. 이러한 지식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체험하고 느끼는 ‘the world’가 아니라 세상 너머의 세상 ‘out of the world’이다. 그러다 보면 관념적인 지식학습의 수업이 될 수 있고, 이런 경우 교실은 더러 수면실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역의 유산과 자원들이 소중하게 학교 안의 교육과정으로 들어와서 지역에 대한 학습을 하며 학교 밖에서 돌봄, 방과후학교,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일부를 진행함으로써 지역에 의한 학습을 할 수 있다. 이럴 때 학생은 평소 접하는 것에 대한 실존적 이해를 통해 국가를, 세계를 보다 더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며, 이는 곧 그 지역을 위한 학습이기도 하다. 즉 삶과 배움이 유리되지 않으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지역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학생의 배움이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학교 안팎이 연결되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발과 이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거버넌스 구축은 최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설계자인 파시 살베리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우수한 교육체계란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 교육은 학교효과보다는 지역효과로 나타나야 할 때다.

교육인·전 충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