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석이던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위원장이 마침내 내정되면서 엑스포 유치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1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30 엑스포 유치위원장에 김영주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 재정경제부 차관보 등을 두루 역임해 거시경제정책과 통상 분야에 정통한 인사로 통한다. 특히 무역협회 회장으로서 민간 경험까지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5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을 위촉하려던 애초 계획이 무산돼 아쉽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이다. 이제부턴 유치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2019년 12월 출범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기획단’도 본격적인 유치전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유치기획단은 산업부와 해수부 기재부 코트라 부산시가 결합해 구성한 범정부 조직이다. 단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아깝게 2위에 머물렀던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맡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유 단장의 지구촌 전역을 망라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기획단은 이달 중으로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빠른 시기에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청서 제출 마감 시한은 오는 10월 29일이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23년 11월 BIE 총회 때 개최지 선정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년 남짓이다. 하루라도 일찍 제출하고 부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글로벌 홍보전’에 경쟁국들 보다 먼저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대기업 총수들만 바라봤던 우리나라의 유치위원장 선임이 예정보다 반년이나 지체되는 사이 러시아가 4월 말 선수를 쳤다. 모스크바 유치 신청서를 가장 먼저 제출한 것이다. 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중국 광저우·톈진, 캐나다 몬트리올,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8~10개 도시도 개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방심할 틈이 없고, 방심해서도 안된다. 169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1 대 1 밀착 마크’ 전략이 필수다.

이처럼 중요한 책무가 유치위원장과 위원회에 주어졌다. 미군 55 보급창 이전 문제도 당면한 해결과제다. 관련한 모든 책임을 위원장에게만 맡긴대서야 될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부산시와 시민사회단체, 민간기업 및 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특히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5대 그룹 총수들의 협력과 헌신이 필수적이다. 기업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위원장 직을 고사한 총수들은 정주영(1988 서울올림픽), 김재철·정몽구(2012 여수엑스포), 조중훈·이건희(2018 평창올림픽) 등 선대 총수들의 애국적 헌신을 잊어선 안된다. 유치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아시아에선 4번째 등록 엑스포 개최국이 된다. 부산만의 축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