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당토’는 취업준비생들이 꿈꾸는 직장 이름이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 이른바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이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공학 계열 전공 대학생 696명에게 물었다. ‘어디 취업하고 싶으냐’고. 결과는 카카오 네이버 쿠팡 당근마켓 토스 배달의민족 라인플러스 순이었다. ‘카네쿠당토배라’든 ‘네카라쿠배당토’든 IT 대표 기업 이미지, 급여와 보상제도, 미래 비전 등에서 어금버금이지 싶다.

취업 희망 기업이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에서 IT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건 구문이다. 네이버가 그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라는 네이버의 이름값은 여전하다.

네이버가 ‘꿈의 직장’이라지만 현실은 영 딴판인 모양이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이 발단이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는지,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와 함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등 노동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이번 특별감독이 IT 업계 전반의 기업 관행을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근로감독을 진행하겠다고 노동부가 밝힌 만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꿈의 직장이 황폐한 갑질의 무법천지일 수 있다는 이야기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과도한 업무와 상급자의 괴롭힘은 물론 주 52시간 초과근무 등 취업준비생의 로망에서 한참 벗어날 뿐만 아니라 관련 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에선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을 꼽는 동료 평가 방식 등이 입길에 올랐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21세기형 혁신은 어디 갔느냐는 비난을 자초하는 이유다.

갑질은 2018년 4월 미국 뉴욕타임즈가 ‘GAPJIL’로 소개하면서 더 부각된 말이다.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 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일가의 일탈에 붙여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기업의 판도를 바꾸며 젊은 세대의 희망이 되는 기업이라면 밑바탕부터 체질이 바뀌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일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과 더불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겠다는 직장이 오히려 가혹한 업무와 비상식적인 평가로 삶을 갉아먹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직장 안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환골탈태의 필요성을 더한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