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내 운명 바꾼 항문수술 /황성환

  •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   입력 : 2021-06-07 19:46:2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년 전, 여러 날 술잔을 기울이며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었다. 다니던 병원에서 갑자기 그만두게 된 것이었다. 젊은 시절, 열정을 바쳐 환자를 돌봤고 활기찬 청춘을 병원에 바쳤다. 병원에서의 위상이나 기여도가 탁월했고 동료들과는 깊은 정을 나눴다. 천직이라 여겼던 외과의사의 길을 멈춘다 생각되어 깊은 혼란에 빠진 것이었다.

   
그림 = 서상균 기자
병원장의 적극적인 스카우트 제의로 갔던 그곳은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이나 다름없었다. 주변은 서민층 인구 밀집지역으로 교통이 불편해 환자들이 먼 곳으로 갈 수 없었다. 대학병원의 문턱도 높았다. 각종 수술을 감당할 외과의사가 적었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몰려왔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도 얻게 되었다.

실적이 하늘로 치솟자 항문수술을 배우기 위해 한 달간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나는 간·담도·췌장수술과 복강경 수술을 전공했고 다양한 수술도 소화 가능했으나 환자 분포가 많은 항문수술을 익혀 병원에 기여하고 싶었다.

외과의사가 하는 수술에는 병들거나 곪은 곳을 날카롭게 도려내거나 환자의 아픈 곳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즐거움이 따른다. 수술 과정은 메스로 피부를 절개하고 병변에 도달하게 되면 정상적인 조직을 보존하거나 기능을 유지하면서 원인을 제거하거나 재건하게 된다. 이후 절개된 부위를 봉합하면 끝이다. 메스와 가위, 실과 바늘, 그리고 의사의 손 기술만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허다하다. 수술의 결과는 대부분 명쾌하고 다이내믹하다.

환자가 자신의 몸을 맡기면 외과의사는 익숙한 지식과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에 임한다. 수술은 진지하면서도 상당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당연히 외과의사는 건강해야 하고 체력도 필요하다. 수술 중에는 항상 몰입해야 하고 몰입의 찰나에는 장벽도 나타나고 위험도 함께 한다. 고된 수술 끝에 성공적인 과정과 결과는 집도 의사에게 짜릿함과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 극단적인 성취감을 안겨준다.

수술은 흥미롭고 멋진 일이지만 집도 의사의 환자에 대한 책임은 무한하다. 환자가 건네는 감사의 표현에 책임은 한순간에 보람으로 바뀐다. 정확한 지식과 판단, 수술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했는데도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나빠진 환자의 상태가 자연적인 것인지 의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과정에 고충이 따르기도 한다.

과거 30년간 수술은 대변혁을 겪었다. 강력한 지혈기구와 수술 장비의 개발로 최소 침습 수술을 추구하게 되었다.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도 작은 구멍으로 고화질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훌륭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엉겁결에 그만두게 된 나는 종합병원 취직이 가능했으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두려워 치밀한 준비도 없이 홀연 개원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당시 제한된 공간의 작은 의원에서 외과의사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항문수술이었다. 대장항문과는 환자가 많고 합병증이 적어 개인의원에서 수술을 시행하기에도 부담이 덜 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나 우려를 넘어 개원은 대성공을 이뤘다. 병원을 위해 익힌 항문 수술이 내 운명을 바꿔 놓을 줄 예상치 못했다. 나의 손길을 원하는 환자는 넘쳐났고 입소문을 타면서 병원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5년이 지나자 신축 건물로 이사하여 몸집을 부풀렸다. 얼마 뒤에는 대한민국 1호 외과전문병원 지정을 받았다. 숱한 스토리를 남긴 채 20년이 지난 지금, 20여 명의 의사 외 150명의 직원이 함께 호흡하는 제법 규모 있는 2개의 외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수술실은 번듯하고 멋지게 치장되어 들어설 때마다 기분이 좋다. 맘 놓고 수술하기 딱 좋은 장비는 외과병원에 안성맞춤이다. 원래 전공이었던 복강경 수술의 수준도 드높였다. 고통받는 환자에 수술로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외과의사에게는 큰 기쁨이다. 어느덧 전공과 부전공이 바뀌었고 나는 대장항문의사가 되었다. 어려울 때 용기가 되었고 병원 성장의 힘찬 동력이 된 항문수술로 외과의사의 길을 평생 걷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3. 3‘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6. 6[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8. 8보수 차기 경쟁 본격…張 “민생 예산 증액”·吳 “모두 힘합쳐야”·韓 “상향식 공천”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4. 4[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6. 6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7. 7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8. 8“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9. 9“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10. 10[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8. 8[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