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도쿄올림픽은 하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린 대회다. 통신위성을 이용해 미국에 경기 모습을 처음 생중계한 이 대회에서 일본은 미국, 소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맞춰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신칸센’ 첫 노선을 개통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제력에서 일본이 2차 대전 패전국 이미지를 씻고 재건과 부흥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였다.

앞서 일본은 1940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다. 베를린올림픽이 열린 1936년 핀란드 헬싱키를 따돌리고 개최권을 거머쥐었다. 나치 정권이 올림픽을 정치로 오염시켰듯이 일본도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국제 여론이 등을 돌리고 국내에서도 비난이 일자 일본은 1938년 개최권을 반납했고, 헬싱키가 이어받았다. 결국 2차 세계대전 탓에 1940년 올림픽은 무산됐다.

전쟁으로 없어진 올림픽, 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올림픽에 이은 세 번째 도쿄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시계제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이자, 해외 관중 없이 치르는 첫 올림픽이다. 아직도 개최해야 되느냐 말아야 하느냐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성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인 올림픽이니 ‘실패할 올림픽’이란 쓴소리가 쏟아진다.

더 고약한 건 ‘인류 최대 화합의 제전’이라는 올림픽 가치를 훼손하는 일본의 내로남불 태도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면서 버젓이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이 공동 입장하면서 사용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해서는 안 된다고 트집을 잡았던 일본이다. 어제 국회의원 132명이 이 문제와 관련한 규탄결의안을 발의한다고 밝힌 이유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반도기의 독도 표기를 금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일본에 대해서도 독도 표기 삭제 조치를 취할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촉구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복하자며 ‘부흥올림픽’이란 기치 아래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부흥에 더해 ‘인류가 코로나를 이겨낸 증거’로 삼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런데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코로나19 등 이유로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인 대한민국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도발 행위를 하며 올림픽 보이콧 여론을 자초했다. 실패할 올림픽이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올림픽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며 ‘제 발등을 제가 찍는’ 일본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