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를 수사 중인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지금까지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검찰도 14명을 구속했으며, 검경 협조를 통해 908억 원의 부동산 투기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했다. 국세청은 45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며, 세금 탈루 의혹이 밝혀진 943건에 대해 534억 원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회사를 현장점검해 43건, 67명을 수사의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이런 내용의 부동산 투기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김 총리는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자치단체장, 시·군의원 등 여러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국민에게 사죄했다.

합수본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연루자가 전체 내사·수사 대상자(2796명)의 약 52%(1453명)를 차지한다.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재개발 등 각종 사업이 고시되기 전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사업자와 함께 사업지 일대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이 그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재산 취득 등 공직자의 부당한 사익 추구 행위를 금지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2013년 국회에 제출됐는데도 8년 간 방치하다 LH 사건이 터지고 난 지난달 18일에야 공포했다. 법이 시행되는 내년 5월 19일까지는 공백기다. 이 틈을 타고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기강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법인의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단속도 시급하다. 금융위가 적발한 농업법인을 보면, 금융사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신도시 및 산업단지 예정부지를 매입해 작물재배업을 하겠다고 신고한 뒤 실제로는 부동산 펀드처럼 운용했다. 농사를 가장한 부동산 투기인데, 금융사가 부동산 투기자금의 조달 경로로 활용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처음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의뢰했다. 농지 담보대출에 대한 자금용도 심사·감정평가 절차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던 지난 세월을 감안할 때 이번에 확인된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 총리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유사한 불법행위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기한을 두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적 부동산 투기를 처벌하고, 불법 투기수익은 모두 몰수·추징된다는 상식을 확립하겠다”고도 했다. 면밀한 재발방지책으로 그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 그 상식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