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가족계획을 ‘계획생육(計劃生育)’이라 한다. 중국의 계획생육 역사에는 피눈물이 얼룩져 있다. 1980년, 한 자녀로 출산을 제한하면서다. 두 자녀 이상 낳은 부부는 ‘사회부양비’ 명목의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중국의 ‘국민 영화감독’ 장이머우도 2013년 2남1녀를 둔 사실이 드러나 748만여 위안(약 13억 원)을 낸 바 있다. 벌금을 못 내면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었다. 그런 처지를 비관한 가난한 부모의 자살 등 비극이 속출했다. 2013년, 광시성의 한 초과 출산자는 자녀의 호적 등록을 거부당하자 공무원 4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출산 허용 자녀를 두 명으로 늘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 침체를 우려한 35년 만의 변혁이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유엔은 15세 이상 59세 이하의 중국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7%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중국 공산당은 10년 전(2005년)에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할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중국은 부국이 되기 전에 늙어갈 위험에 처했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 분석이 옳았던 것일까.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한지 6년 만에 ‘세 자녀 출산’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그렇게 결정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현상 탓이다. 중국 정부는 ‘두 자녀 정책’ 도입 당시 “2020년까지 출산율을 1.8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율(1.3명)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1.369명)보다 낮다. 60세 이상 노인 인구(2억6402만 명)는 0~14세 어린이 인구(2억5338만 명)를 앞질렀다. 이럴 경우,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려면 현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미국의 예측이 맞다면 중국은 가장 중요한 인구 정책에서 실기한 셈이다. 인공지능을 근간으로 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노동 없는 생산’이 이뤄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시스템을 통제하는 생산자는 있어야 한다. 결국, 근본은 사람이란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 올해 1분기 출산율이 0.88명(부산 0.77명)이다. 인구 정책의 실기는 중국보다 우리가 더 심각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