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4호기에서 불이 나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 폭발음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놀란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다고 하나, 아직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신고리원전 4호기는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가장 최신 시설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1400㎿급 가압경수로로, 2019년 8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고리원전 4호기는 특히 지난해 10월 9일부터 4개월가량 법정검사와 설비점검 등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지난 2월 5일 발전을 재개한 터라 이번 화재에 쏠리는 눈길이 더욱 불안하다.

올해 들어 원전 사고는 지난 4월 23일에도 일어났다. 공사 자재를 옮기던 대형 크레인이 고리원전 2호기 송전선로에 접근하면서 불꽃이 튀어 원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3일, 태풍 마이삭이 닥쳤을 때는 고리원전 3·4호기와 신고리원전 1·2호기의 가동이 정지된데 이어 고리원전 2호기도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겨 고리원전 단지 전체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허술한 안전대책이다. 고리원전 3·4호기 사고는 강풍을 타고 날아온 바닷물의 염분이 전력 설비에 달라붙어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는데, 같은 원인의 사고가 2003년 9월 내습한 태풍 매미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한 뒤 정부는 56개 과제로 된 원전 안전개선 대책을 수립해 한국수력원자력에 이행명령을 내렸는데, 2003년 발생한 것과 같은 사고가 재발했으니 대책의 부실이 입증된 셈이다. 56개 과제 중 완료된 일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리원전 3·4호기 등 11개 원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설비가 설치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도 독일 전문기관의 시험에서 세라믹 촉매제의 코팅이 떨어져 불티 형태로 날리는 현상이 나온다. 이러니 신고리원전 4호기 역시 계획예방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비가 끝난 지 4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여서다.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장에 보내 화재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화재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원안위로부터 원전 재가동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원안위도 한수원의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안위의 장담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리원전 염분 흡착 사고에서 보듯, 원안위의 확인을 거친 재발방지대책이 시행됐지만 같은 사고가 버젓이 재발되고 있어서다. 마침 사고 발생이 가장 우려되는 장마·태풍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따른 확실한 재발방지대책 수립 약속이 이번에는 허언이 안되게 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