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공수처를 설치했더니 상징적 의미를 갖는 1호 안건이 교육감 수사란다. 혐의도 금전비리 같은 명확한 사안이 아니고 전정권 때 해직된 교사 5명을 특별채용한 일인데 직권남용 혐의란다. 말은 솔직히 하자. 이거 일부러 대놓고 엿 먹이는 것 아닌가? 감사원이 일을 벌였고 공수처가 받았고 아마 검찰은 기소할 것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 산하 기관인데, 어째서 대통령에게 고의적으로 맞서는 형국을 보이는 것일까.
퇴임 후 혹시 사석에서 볼 일이 있다면 자연인 문재인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그러셨냐고?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그 이유와 타당성을 알 길이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러셨냐고?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무서운 기세다. 말년 지지율 치고는 높은 편이라고 자위하는 모양이지만 옳지 않다. 지지율 하락은 일시적이지 않은 추세적 현상으로 나가고 있다. 현실 공간에서는 각 개인의 삶의 불만까지 뒤섞여 온통 집권층에 대한 성토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당대표가 20년 집권론을 설파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서울 부산 재보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황망함을 떨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 후 대부분의 언론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첫머리로 들었다. 지금까지도 그것이 정설인 양 정부 여당에서는 증세안 수정을 두고 갑론을박 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잘못 짚은 것 같다. 부동산 정책으로 박수 받은 정권이 언제 있었던가. 공공성 강화를 빌미로 사적 욕망을 죄악시 했다는 지적에 일정한 타당성은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큰 틀에서 국가가 나가야할 방향이기도 하고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모든 문제는 조국 사태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본다. 검찰, 개혁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공수처 설치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풀려갔어야만 했다는 말인가. 집권 4년 동안 무려 2년이 조국사태를 톱뉴스로 흘러갔다. 검찰 수장은 대놓고 대통령에게 반발했고 대통령은 어떤 조치도 내리지 못했다. 그새 전직 대법원장 처벌을 겪은 법원이 반발에 합세했고, 심지어 감사원이 정부를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거기에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등을 돌리는 듯 보였다.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한국의 검사, 판사, 언론인이 악의 무리라는 말인가. 현실의 검사들은 악의 화신도 정의의 사도도 아닌 그저 영리한 야심가이거나 고급 직장인들로 보인다. 다른 쪽도 마찬가지다. 개혁을 할 거면 집권 초에 타격 지점을 명확히 하여 단칼에 끝냈어야 했다. 마치 김영삼의 하나회 숙청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년 세월이라니!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명한 선언이다. 그 실천이 대통령의 권력 기관 불개입 원칙이다. 국정원장이든 군 검찰 수장이든 대통령은 독대도 상시 보고도 일절 받지 않았다. 그런 철학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계승된 것이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통솔하지 않는다면 그럼 그 기관장의 뜻대로 흘러간다는 말이 된다. 군은 함참의장이, 국정원은 원장이, 검찰은 총장이, 경찰은 청장이, 뭐 그렇게 된다면 나라는 누가 이끄는 것이란 말인가. 국민은 어떤 기관장도 선출한 적 없다. 오직 대통령을 직접 뽑은 것이고 임기동안 그 기관들을 온당하게 통솔하고 퇴임 후 평가 받으면 될 일이다. 군부 독재시절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했다고 해서 민선 대통령이 그 권력 기관을 불개입 상태로 놓아두면 바로 지금 같은 사태, 대통령이 수하 국가기관에 포위되어 공격받는 참으로 황당하고 불안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민정수석에 비서실장 출신으로 국가운영의 원리를 모를 리 없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정말로 묻고 싶다. 왜, 어째서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통솔하지 않았는지,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선의를 품고 자율로 놓아두면 뜻을 함께할 거라고 믿었던 것인지, 어째서 이미 경험한 노무현 대통령의 착오가 반복된 것인지….
특권층을 편애하는 사악한 권력과 평범한 국민을 사랑하지만 무기력한 권력, 어느 쪽이 더 나쁜 것일까. 곰곰이 이런 생각 떠올리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