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일하라고 종용한다. 엄마로서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74세의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오스카상 수상 소감에서 밝힌 말이다. 나이 들어 일한다는 것은 건강, 외로움 해소, 빈곤 탈피 등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다. 어머니를 위한 아들들의 깊은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윤여정 신드롬은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인생 재설계를 앞둔 장·노년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필자는 35년간의 공직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부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고령자 참여 기업의 발굴 및 사후관리를 하는 시니어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실제 정년 퇴직 후 인생 2막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을 보살피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고령자친화기업’이 있어 다행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1월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고령자 친화기업을 공모한다. ‘고령자친화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고령자를 추가로 고용하면 최대 3억 원의 사업비를 3년에 걸쳐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에 시작해 2020년까지 253개소가 설립됐다.
올해 고령자친화기업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업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사업을 수행한다. 신청 유형에 따라 3억 원 이내의 사업비와 기업 경영지원서비스, 상담 등이 이뤄진다.
고령자친화기업의 신청 유형은 ‘인증형’과 ‘창업형’으로 구분된다. 인증형은 접수일 기준 최소 5명 이상의 고령자를 고용하고, 업종별 고령자 기준 고용률을 충족한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고령자를 추가 고용하는 기업을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지정하는 유형이다. 창업형은 노인 적합 직종에서 다수의 고령자를 고용하기 위해 신규로 설립한 기업을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지정하는 유형이다.
만 60세 이상 노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 법인 협동조합 등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려는 기업 등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성장지원부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공모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사업 추진 내용 및 계획, 수행 능력, 사업 효과 등을 심사·평가해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기업은 기업에서 스스로 제시한 고령 근로자 고용 목표 인원을 달성하거나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일정 비율의 대응 투자를 이행해야 한다.
지금은 인생 이모작 시대다. 이젠 정년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지금 우리는 퇴직 후에도 20년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산다. 마크 프리드먼이 쓴 ‘앙코르’에는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라는 개념이 소개돼 있다. 마크 프리드먼은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앙코르 커리어’라고 정의했다. 인생 후반전은 본무대보다 길고 빛나진 않지만, 여전히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줄 앙코르 무대와 같다는 것이다. 즉 ‘앙코르 커리어’는 지속적인 수입원이 되고 개인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인생 후반기의 일자리를 뜻한다. 필자는 고령자친화기업이 곧 앙코르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60 이상 세대들은 일자리도, 기대도, 희망도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금번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기대와 용기를 얻게 됐다. ‘윤여정’이라는 순자 할머니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됨은 물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가는 시니어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취감과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고령자친화기업에 관심 있는 기업, 법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60세 이상 세대들의 고용이 많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시니어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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