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백신의 보급과 각국의 경기부양정책 등으로 전 세계 물동량이 늘고 해운업이 되살아난 덕분에 올해 1분기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량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K-조선이 진가를 발휘하여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컨테이너선 62척과 함께 세계적 초대형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건조까지는 상세설계 생산설계 철판구매 등에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 조선현장에서 당장 훈풍을 느끼기는 힘들지만 강화된 환경규제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까지 예상되어 신조선시장은 연내 추가 발주가 잇따를 전망이다.
우리 속담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회복과 맞물려 ‘슈퍼 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희망적 생각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조선산업의 후방산업인 조선기자재업계는 그리 밝지 못한 표정이다. 10여 년의 장기 불황에 우리 기자재 업체는 물적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비상경쟁을 해 오고 있다. 수요기업인 조선소에서 받은 신조물량이 설계단계를 거쳐 기자재 기업에 일감이 도달하는 것은 내년 2/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보릿고개가 될 올해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경기회복기에 우리 조선기자재산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기자재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우선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산업은 블록이라고 불리는 부분적 선체구조물위에 조선기자재업계에서 제조한 각종 설비와 장치들을 장착하는 종합적 조립산업의 특성을 갖는 전형적인 주문생산에 의한 제조업이다. 최근 조선기자재업계에서는 산업안전법 강화, 원자재가격 급등, 획일적인 주52시간제 적용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IT 및 AI기술을 접목하여 그 출구를 찾아 나가고 있으며,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부와 지원기관이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조선기자재는 중후장대한 제품의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자재와 제품의 보관 및 운송비절감을 위한 스마트공동물류 운송 및 창고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보관창고의 개념을 넘어서 발주자와 공급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기자재기업은 발주처인 조선소별로 각각 검사 운송이 이루어지고 상호 실시간 정보교류가 안되니 발주자 또한 납품받을 제품의 제조공정률을 파악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모든 발주사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선기자재 수주발주플랫폼’을 구축하면 수주후 생산 검사 보관 장착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주기 관리가 가능하다.
둘째, 설계기술지원에 목말라하는 중소조선소와 조선기자재업계에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설계 해석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조선기자재 종합기술지원단’을 경험 많은 퇴직자 등을 활용하여 운영한다면 전문기술인력에 목말라하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상설 ‘조선기자재 온라인전시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전 조선기자재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온라인으로 상시 전시하는 것이다. 최근 3D(입체적), VR(가상현실), AR(중강현실)등의 기술을 활용하면 생동감 있는 제품소개와 함께 설비의 조립과 설치과정 작동방법 등도 손쉽게 보여줄 수 있다.
넷째, ‘조선해양기자재 기술거래센터’를 설립하여,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타산업과의 융합기술을 자유롭게 거래 및 이전하여 기자재기술의 고도화 및 친환경 기술을 선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자재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선박건조는 선체만 짓고, 고부가가치기자재는 유럽 일본 등 기자재선진국에 고스란히 넘겨줘야 하는 ‘앙꼬없는 찐빵’이 되지 않도록 정부업계 학계 연구계 모두 신경 바짝 차려야 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