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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안위, 고리 1호기 해체 심사 통과의례 안 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 등은 빠져, 시민단체 반대 주장 속뜻 헤아리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5-17 19:37:5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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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해체를 위한 ‘해체승인 신청서’를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지 4년 만에 해체를 위한 밑그림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한 당국의 심사가 본격화한다는 이야기다. 한수원이 낸 신청서에는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 최종안과 해체에 관한 품질보증 계획서, 그리고 주민 의견수렴 결과가 들어있다. 이제 원안위가 고리 1호기 해체계획의 적절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핵심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이 빠졌다. 탈핵단체가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며 원안위의 심사 중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사용후 핵연료가 무엇이고 왜 이를 제대로 처리하는 방안이 중요한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핵연료인 사용후 핵연료는 인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능 독성이 낮아지려면 최소 30만 년이 걸린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 시설 적합지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주민이 반길리 만무하고 과학적으로 안전한 땅을 찾기도 쉽지않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대책없이 이를 임시저장시설에 쌓아놓기만 하는 까닭이다. 예정대로라면 10년 뒤 고리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꽉 찬다.

한수원 계획이 큰 수정없이 실행될 경우 고리 1호기 해체는 2023년께 시작된다. 15년 동안 총사업비 8129억 원을 들이는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순항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고리 1호기 해체 기술도 필요한 58개 가운데 한수원이 확보한 건 51개로 7개가 남았다. 게다가 고리 1호기 해체가 시작되는 시점인 2023년은 차기 정부 집권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궤도 수정이 이뤄질지 여부도 변수인 셈이다.

이처럼 원전 해체에 앞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제시하는 순리를 거스르는데다 해체 기술도, 탈핵 정책 의지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면 얽힌 실타래를 차례차례 풀어야 한다. 특히 그 바탕인 고리 1호기 인근 주민의 의견 수렴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15년이 걸린다는 ‘단독 즉시 해체’ 방식보다 가동을 멈춘 뒤 방사능 준위가 자연적으로 낮아지기를 기다렸다가 30~40년 뒤에 작업하는 ‘지연 해체’가 좋다는 의견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것을 한수원이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원안위가 한수원 신청서를 반려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주장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전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고리 1호기 해체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 해법은 향후 원전 처리의 시금석이다.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 되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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