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그동안 수행해온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한계대학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계대학이란 명명은 지금까지 대학평가 때 부실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구조조정 대상 대학 등으로 분류되어 왔던 명칭을 재통합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한계대학 대응 방안의 단계별 시행에는 법적·재정적 인프라 구축 및 지원이 필요하기에 고등교육 재정지원 재구조화, 한계대학 맞춤형 재정지원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 및 ‘한계대학 회생 제고를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 ‘고등교육기관 구조조정 촉진법’(가칭) 등의 법령 제·개정도 제안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의 구조조정은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한계대학 대응 방안 연구는 소 잃는 것을 바라보며 외양간을 고치는 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안의 실행으로 지역대학, 나아가 지역 교육의 미래를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계대학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지역마다 대학 통합이 현실화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으로 감내하는 곳이 지역이기 때문에, 이 현실적인 문제를 선취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대학의 자율적인 대응 방식의 하나이다. 부산에도 부산대학과 부산교육대학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는 있으나 논의되고 있다. 부산교대와 부산대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크게 학령인구 감소, 교원 임용률 하락, 대학 공동발전대책 모색 등을 이유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의 자체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통합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종합대학과 교육대학이 통합될 경우 전문적인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대만의 특수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부산교대 재학생과 총동창회는 물론 부산교사노동조합도 대학 통합 논의에 맞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서면으로 두 대학의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난제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되길 기대하지만, 이제 대학 통합의 문제는 단순히 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계속 부산지역의 국립대학 통합논의는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사립대학 역시 이에 버금가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지역은 산업 구조나 인력 구조, 생활문화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도시로 전락해가고 있다. 젊은 인재들은 다 빠져나가고 노령화 도시가 된 지도 오래다. 젊은 인재들을 지금, 이곳에 정착시키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인식 때문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3일 오후 부산미래교육원에서 ‘부산지역 고교-대학-교육청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실무협의회는 지난 6일 열렸던 ‘부산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감과 지역대학 총장 간담회’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수위의 실무협의회를 통해서 부산지역 미래 인재 육성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있겠지만, 지역 미래교육의 대개조안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은 조직 자체를 전문화하고 상설화하는 가칭 ‘부산지역 미래 인재교육연구단’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교육청 산하 유치, 초·중·고 학교 관련 실무자와 함께 지역의 국·사립대학 전문가, 지역의 다양한 산업체 대표, 관련 지자체 기관 실무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단체와 학생들이 함께 하는 조직체를 만들어야 한다. 전방위적인 지역의 모든 집단지성의 협의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자라나는 인재들을 이 지역에서 제대로 교육시켜서, 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할 수 있는 설계도를 그리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시민의 힘을 모아 메타버스(Metaverse)의 세대로 자라나고 있는 지역의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대개조안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부산지역 활성화의 토대요, 실질적인 지역분권을 이루어 나가는 첩경이다.
부경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