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4-27 19:26:3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서울서 살다 보면 가끔 부산음식이 생각난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에서도 어지간한 부산음식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진한 멸칫국물에 보들보들한 면을 말고, 고명으로 쑥갓 마늘 김 가루 등을 올리고, 짜고 칼칼한 양념을 더해서 먹는 칼국수만큼은 오직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다.
짜고 칼칼한 양념을 더해 먹는 칼국수.
물론 서울에서도 비슷한 칼국수는 있다. 그러나 일단 서울에 상륙한 향토음식은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는 까닭에, 모난 부분을 깎고 다듬어 얌전하게 만드는 게 공식이다. 그래서 서울은 전국의 향토음식이 한자리에 모인 각축장이기는 한데, 막상 해당 지역 출신의 기준에서 보면 허전하고 맥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게 이 작은 나라의 모든 음식을 흡수하는 서울이라는 블랙홀이 가지는 한계다.

“음식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대신 사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향토음식에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나는 몇몇 사례를 통해 지역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서울로 가져가려는 유통 대기업의 노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필사적인지 목격했다. 지역의 브랜드는 대기업의 이런 적극적인 구애와 압력을 웬만해선 이기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서울이라는 큰 시장에서 인정받아 전국구 브랜드로 뜨고 싶은 스스로의 욕망 또한 크게 작용한다. 심지어 요즘은 배달서비스와 RMR제품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배달서비스 업체는 일찍이 향토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 유행하는 레스토랑 간편식(Restaurant Meal Replacement) 시장은 지역 유명 음식점의 대표 음식을 레토르트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집에서 전국의 모든 향토음식과 지역의 유명 맛집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누군가에는 이 새로운 시장이 엄청난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럴까?

제품이든 음식이든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재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희소성이다. 향토음식의 희소성은 일부러 그곳에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다는 ‘번거로움’, 음식이 탄생한 공간과 정서 속에서 먹는다는 공감각적 ‘체험’에서 비롯된다. 번거로움과 체험을 거세하면? 당연히 희소성은 줄어든다. 길어야 2, 3년은 반짝할 수 있겠지만, 희소성이 사라진 향토음식은 급격한 속도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내가 이걸 먹으려고 굳이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그 향토음식의 경제적 가치는 사라진다.

음식이 움직이면 몇몇 특정 업체만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음식을 찾아 사람을 움직이게 하면 지역 전체에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러쿵저러쿵 해봐야 ‘사람이 찾아와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것’, 그게 관광산업의 핵심이다. 그래야 희소성의 생명도 길어진다. 지역 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서울공화국에서 지역이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지역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서울에 흡수되지 않은 향토음식을 눈여겨본다. 더불어 이런 음식을 많이 가진 지역이 결국에는 경쟁력을 갖는다고 믿는다.

옛말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말과 사람은 그럴 수 있지만 음식은 절대, 아무 데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 향토음식은 그 음식이 태어난 곳의 풍경과 공기조차 맛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맛을 지키고 있어야 사람이 온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 탈환이냐 수성이냐…‘야권 성지’ 김해·양산 민심은
  2. 2지방선거 출구조사 또 맞을까… 대선 ‘쪽집게’ 예측
  3. 3‘법무부 인사검증’ 논란에 尹 “미국도 그렇게 한다”
  4. 4총성 울리고도 복도 대기... 텍사스 당국 "경찰, 오판이 참극 불러"
  5. 5놀이는 인류 문화 원동력... 국립부산과학관 특별 전시 개최
  6. 6부산 경남 대체로 맑음... 내륙은 무더위 기승
  7. 7"관심 받고 싶어서" 교도소에 폭발물 설치한 50대 벌금형
  8. 8BIFC(63층)보다 높게 짓지 말라? 문현1구역 층수제한 갈등
  9. 9흔들리는 선발 야구…롯데, 계산이 안선다
  10. 10강서자이 에코델타 드디어 분양 일정 돌입
  1. 1[영상] 탈환이냐 수성이냐…‘야권 성지’ 김해·양산 민심은
  2. 2지방선거 출구조사 또 맞을까… 대선 ‘쪽집게’ 예측
  3. 3‘법무부 인사검증’ 논란에 尹 “미국도 그렇게 한다”
  4. 4경기 등 경합…광역단체장 민주 5±1, 국힘 12±1 전망
  5. 5기장군민 10명 중 8명, 오규석 직무수행 "잘한다" 평가
  6. 6윤창호가 운다… 부산 출마자 7명 중 1명 음주운전
  7. 7민주 “뒤집자” 국힘 “굳히자”…지지층 사전투표 결집 호소
  8. 8사상구청장 후보 간 부동산 소유 내역 등 놓고 신경전 격화
  9. 9시민패널단에 듣는다 <1> 부산시장 후보 청년정책 분석
  10. 10中 내륙은 코로나 해방?... 北 접경지 주민은 "암담하다"
  1. 1놀이는 인류 문화 원동력... 국립부산과학관 특별 전시 개최
  2. 2BIFC(63층)보다 높게 짓지 말라? 문현1구역 층수제한 갈등
  3. 3강서자이 에코델타 드디어 분양 일정 돌입
  4. 4강서자이 에코델타 견본주택 인기 좋네
  5. 5경성리츠- 1인 가구 증가로 뜨는 생활숙박시설…‘올집 아카이브 부산’ 주목
  6. 6영도에 ‘1인 미디어 스튜디오’ 연다
  7. 7땡볕·열대야 대비하자…유통가 ‘쿨링제품’ 대전
  8. 8동원개발- 양산 첫 동원 프리미엄 브랜드…학세권·슬세권·교통 다다익선
  9. 9고물가에…한국은행, 금리 두달 연속인상
  10. 10소중한마트, 사회적기업 제품 입점
  1. 1부산 경남 대체로 맑음... 내륙은 무더위 기승
  2. 2"관심 받고 싶어서" 교도소에 폭발물 설치한 50대 벌금형
  3. 3전문가 “해상부유식 가덕신공항 안전” 한목소리
  4. 4정당·번호 없는 교육감선거, 꼭 이름 기억해 투표하세요
  5. 5[카드뉴스]의사vs간호사 ‘의료판 검수완박!’ 간호법 대체 뭐길래...
  6. 6[공약 팩트체크] 어반루프 “맞다” “아니다” 열차 개념 시각차로 갑론을박
  7. 7[공약 팩트체크] ‘영도선 트램’ 2024년 사업 대상선정 절반만 진실
  8. 8부산 성동중서 전국 첫 코로나19 확진학생 기말고사 치러
  9. 9해운대 모래작품 훼손하면 벌금이 무려 500만 원
  10. 10“팔만대장경 불 지르겠다” 협박전화에 해인사 비상
  1. 1흔들리는 선발 야구…롯데, 계산이 안선다
  2. 2손흥민 vs 살라흐, 이번엔 ‘서울매치’
  3. 3조코비치·나달 프랑스오픈 3회전 안착
  4. 4오타니 만나는 류현진, 27일 일본 징크스 깰까
  5. 5난타전을 원하면 부드럽게 풀어가라...킥복싱 최강자의 조언
  6. 6흐름 끊는 주루 실책…서튼표 ‘달리는 작전야구’ 헛발질
  7. 7몬스터 vs 이도류…한일야구 자존심 첫 빅매치
  8. 8코로나 이겨낸 임성재 한 달만에 PGA 복귀
  9. 95할 무너진 롯데 7위로 추락, SSG에 5-6 패
  10. 10‘2군행 처방’ 먹혔나…달라진 고승민
우리은행
시민패널단에 듣는다
부산시장 후보 청년정책 분석
부산시장 후보 심층 인터뷰
정의당 김영진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15분 도시’에 대한 작은 요청
기고 [전체보기]
엑스포는 스타트업의 미래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의 역할
기명칼럼 [전체보기]
모두가 나서야 할 연금개혁
화기광 동기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조폭 행패가 돈이 되는 세상…법원만 모르나
문학의 위기 속 신춘문예의 의미 /최승희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이제 시대교체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데
검은 호랑이 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새해의 단상: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태평양 건넌 조선 궁중악사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난이 아닙니다”
간절함 없는 민주당, 오만한 국민의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쌀값만 왜 하락
줄어드는 수면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육회비빔밥
조방 그리고 낙지
사설 [전체보기]
사전투표 27일 시작…우리 미래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노사 새 모델 필요성 제기한 대법 ‘임금피크제’ 판결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역사라는 오답 노트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탈핵으로 가는 길
빈사의 농촌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육법정부, 육법당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선 직후, 개헌이 꼭 필요한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이별
한잔의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엘가와 베르디
봄과 음악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임득명의 ‘가교보월’
이재관의 ‘송하처사도’
  • 부산해양콘퍼런스
  • 부산야구사 아카이브 공모전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바다식목일기념 대국민 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