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언제 어디든 배달 간다’는 뜻으로 명명된 ‘어디go’가 나온 지 어느새 6개월이 됐다. 주민 공모를 통해 네이밍 했다. 어색함 없이 입에 착착 감기는 어디go는 남구 주민이 아니라면 낯선 이름일 수 있겠다.

어디go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남구가 지난해 10월 30일 출시한 공공배달앱이다. 중개수수료 가맹비 광고료가 전혀 없고 결제수수료도 최저 수준인 1.8%에 불과한 ‘착한 배달앱’이다. 공공배달앱으로는 군산시 ‘배달의 명수’와 인천시 서구의 ‘배달서구’에 이어 세 번째이다. 지난 21일 기준 총 3만7502건(7억6427만 원)의 주문 결제로 가맹업소 평균 12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증가세는 확대되고 있다.

어디go의 탄생은 지난해 3월 관내 어느 자영업자의 ‘하소연’에서 시작됐다. 경성·부경대 대학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급락한 매출을 만회하고자 배달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문을 부르는 배달앱의 능력에 한번 놀라고, 이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청구서에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이른바 ‘깃발 꽂기’로 불리는 막대한 광고료와 중개료를 제하면 손에 쥐는 건 없는데도, 한번 발 들인 배달시장은 ‘늪’처럼 빠져 나갈 수 없더라는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공공배달앱 개발을 한번 검토해볼 것을 지시하자 어리둥절해 하던 구 간부들의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단체장 앞이라 차마 말 못했지만 ‘이런 것까지 관청에서 해야 하나’며 마뜩찮게 여긴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배달앱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당시는 구의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코로나 방역에 쏟아 붓던 때였다. 예산 수급도 문제거니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다. 이때 구원투수처럼 ㈜코리아센터와 연락이 닿았다. 코리아센터는 작은 향수 쇼핑몰에서 출발해 20년 만에 국내 최대 비대면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코스닥 상장회사이다. 이윤의 사회 환원을 희망하는 창업주가 무상으로 공공배달앱을 만들 지자체를 찾고 있던 터였다. 관청의 의지와 민간의 기술이 결합하자 ‘無가 有’로 되는 데는 채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

민간앱과 달리 어디go는 고객보다는 자영업자에 치우친 ‘이기적인 앱’이다. 우선 광고 기능을 없애 ‘제 살 깎아먹기’ 출혈경쟁을 막았다. 또 악의적 소비자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별점 평가 기능을 제거했다. 최근 네이버가 자영업자의 원성이 자자한 이 별점 기능을 없애겠다고 선언해 어디go의 선제적 조치가 주목을 받는다. 여기에 남구의 지역사랑상품권인 오륙도페이와 연동해 최대 10%의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설계했다.

최근 공공배달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민간 영역에 대한 행정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과 함께 각종 인센티브를 혈세로 메우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 목소리가 있음도 알고 있다. 다른 공공배달앱과 달리 어디go는 개발과 관리, 운영은 코리아센터가 도맡고 남구는 홍보만 책임져 예산 소요를 최소화했다. 다만 초기 시장 정착을 위해 할인쿠폰 발행에 따른 비용은 남구가 부담한다. 비단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중앙·지방정부는 골목상권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어디go는 그 예산의 극히 적은 부분을 쪼갰을 뿐이다.

배달시장의 성장은 대세가 됐다. 배달 메커니즘도 이에 걸맞은 윤리적 성찰이 요구된다. 배달앱이 주는 편리함과 공짜 쿠폰의 유혹에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묻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디go가 바라는 궁극적 지향점은 ‘성장’이 아니라 공공배달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골목상권의 자정된 환경이다. 민간배달앱과 자영업자의 관계가 약탈적 관계에서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개선된다면 공공배달앱이 있을 이유가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작은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이 행정이 할 일이다. 어디go는 이런 착한 경제를 꿈꾸는 하나의 상징이다.

부산 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