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계급을 가른다. 너도 나도 부동산 대박을 꿈꾸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기에 동참하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이들은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분루를 삼킨다. 부동산이 우리 사회 불평등의 핵심 원인임에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 있는 정책은 수립되지 않는다.
지난 보선은 부동산 욕망에 불을 지폈고 여당조차 가격 안정화 및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실효적이고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그러나 적용 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종부세를 강화하기는커녕 후퇴하려 한다. 이쯤 되면 부동산 공화국을 넘어 가히 부동산 약탈 사회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결과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 공직자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기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도 시를 비롯해 도시공사 및 관련 구·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이지만 차명거래를 밝히기 어렵고, 그렇다고 혐의없이 전원 수사의뢰를 할 수도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LH 사태로 촉발된 이 조사가 공직자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물어야 한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지 않는 투기는 해도 괜찮은가?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의 투기는 괜찮은가? 우리의 분노가 부동산 약탈사회를 끝내는 방향으로 더 확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달 18일 부산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국민의 힘 부산시당, 시의회는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의 부동산 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당은 이 합의가 결코 선거용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며 최소한 부산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앞으로 정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여야정은 두 차례의 실무회의를 통해 2010년 7월 1일 이후 선출된 시장 구청장·군수 시의원 구·군의원 및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그리고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대표나 최대주주로 있는 법인의 전국 모든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 대상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여야정 각 3명씩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고 위원 명단을 통보한 후 지난 1일 위원회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런데 당일 회의 시작 10분 전 국민의힘 측에서 갑자기 김해영 전 의원이 여당 측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불참 통보를 하는 바람에 위원회는 출범하지 못했다. 이후 여야 간 몇 차례 공방을 거쳐 결국 김해영 전 의원이 위원에서 사퇴함으로써 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게 되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그러나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조사를 위해서는 대상자로부터 자발적으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받아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취할 불이익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 조사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의뢰나 고발은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이고 그에 해당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더라도 투기 행위가 드러날 경우 당이나 의회에서의 제명, 향후 공천 배제 등 실질적 제재 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의 합의 사항과 조사 결과를 각 당이 전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여야정이 이처럼 합의의 정신을 살려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면 국회, 다른 지자체 및 중앙정부로도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롭고 탐욕이 없는 사람이 공직자가 되어 부동산 약탈 사회를 해체할 입법을 하고 정책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기대라도 하고 싶고,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이 그러한 계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부산시 감시위원장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