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거라고 했습니다. 부산에서 미디어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죠. 그렇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미디어 회사를 차렸습니다. 일주일 세 번, 시사상식을 정리해서요. 이메일로 전달하는 서비스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제신문 ‘뭐라노’와 비슷하죠.

지난해 제 방에 책상 하나를 더 사서요. 단출한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수중에 남아있던 돈을 털어서요. 노트북도 한 대 샀습니다. 이것으로 초기 창업 세팅을 마무리했죠. 저는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모두가 응원해줬지만, 언제까지 생존해있을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슬픈 눈빛에 확신이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지 못했으니깐요. 제 마음 속 깊은 곳에도 불안감이 있었던 겁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습니다. 친구들은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부모 여행비며 용돈을 주는데,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빈털터리였죠. 불안감에 조급함까지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습니다. 우선 지인 도움을 받지 않고 성장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죠. 식당을 열었을 때 소위 ‘지인 파워’로 북적대다가 순식간에 한산해지는 그림을 그리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을 해야 했습니다. ‘하루 10분이면,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정보’라는 문구로 SNS 홍보를 작게 벌였습니다. 그랬더니, 저의 첫 뉴스레터 구독자는 60명이었죠. 규모가 2배로 커진다고 해도 120명밖에 안 되는 수준이죠.

물론, 구독자를 대폭 모으는 단순한 방법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내용과 표현을 앞세우면 됩니다. 그리고 구독자 수를 어느 정도 확보했을 때 광고를 넣어 수익 구조를 생성하면 되죠.

하지만 저는 수익화가 아닌 브랜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했습니다. 당장 돈 몇 푼 벌려고 달려들면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선진국 미디어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구독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니라면, 뉴스레터 내용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광고를 넣지 않았습니다. 기형적인 수익 구조가 마련됐죠. 그리고 문체도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바꿨습니다. 뉴스를 전달하는데 구어체로 글을 적는다니 말이 안 되는 방식이었죠. 이따금 비문도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구독자가 쉽고 빠르게 이해해야 하고, 제 서비스와 친구가 되어야 했기에 문제될 게 없었죠.

이를 보고 망할 것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글을 썼거나 발행했다고 으스대는 이들에게는 ‘틀린’ 방식이었으니깐요. 그런데 창업 1년에 육박하는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탄탄하게 성장 중이죠. 창업 1년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시국에 말이죠. 이달 초 이미 한 달 목표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아니, 올해 상반기까지는 문제없죠. 강의뿐만 아니라 광고 수주 문의도 꾸준히 들어옵니다. 부산 서면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근무 환경도 좋아졌죠.

그 사이 흔들리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원칙을 지킨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죠. 영국 시인 조지 맥도날드는 “신뢰받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이다”고 말했습니다. 순간의 인기와 돈은 오래가지 못함을 저는 배우게 됐죠. 그래서 앞으로도 회사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다만, 초보 창업가로서 아직은 겁이 많습니다. 직장인이 아니기에, 오늘의 매출이 내일을 보장할 수 없고요. 고용하고 싶어도 창업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건 여간 쉽지 않죠. 그리고 출퇴근이 자유롭지만 직장인보다 워라밸은 완벽히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나’를 위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니체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존경하라. 거기에 상황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제가 감히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주변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원칙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기를 말이죠.

미스터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