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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5년 희망론’이 성공하려면 /손균근

박 시장 부울경 협치 행보, 정파 넘어선 포용력 주목

도시재편·인사 지연 한계, 미래 부산 보여줘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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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의 ‘부산호’가 열흘 전 닻을 올렸다. 일단 첫 출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박 시장이 취임 직후 여야 협치와 통합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가덕신공항과 메가시티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다행이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대책을 ‘1호 결재’로 행사했다. 지역경제 침체 속에서 사기가 꺾인 상의를 찾고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을 위로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인 박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를 초청해 ‘메가시티 협치’를 다짐한 것은 부울경의 미래를 위한 큰 걸음으로 볼 수 있다. 김 지사가 부산미래혁신위원회에서 ‘메가시티 특강’을 한 것은 여야 간 이해 다툼이나 정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씻어줬다.

이런 일은 격렬한 선거전이 끝난 직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박 시장의 빠른 결단과 행동은 보수정당 속에 있으면서도 합리와 효율을 중시하고 혁신을 추구해온 이력과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은 17대 의원시절 당내 소장혁신모임을 이끄는 것을 시작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끊임없이 보수혁신의 길을 걸었다. 당내 수구보수세력에게 미운 털이 박히는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꺾이지 않은 박 시장의 고집이 시정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열흘이 쌓여 100일이 되고, 그렇게 1년이 지난다. 박 시장이 만신창이가 된 시정을 정상화하고 시민에게 제시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열흘이라 평가할 만하다.

박 시장이 지금 부산에 필요한 통 큰 포용력을 더 넓게 보여주길 바란다. 시정의 지휘봉을 과거사 털기로 돌려서는 안된다. 지금 부산의 성장동력,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거사의 허물을 잡으려면 단군 할아버지부터 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간 무엇을 하는가이다. 그것이 실력이다. 이런 점에서 박 시장 취임 후의 통 큰 행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하지만 박 시장이 부산호의 좌표를 정확히 찍고 항로를 제대로 찾았는지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설정된 좌표는 박 시장 특유의 감각이 묻어난다. 박 시장은 교수를 떠나 정치에 뛰어든 뒤 한국사회의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했다. 부수고 허문 뒤에 짓고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무엇을 어떻게 담느냐가 본질적이라는 철학의 소유자가 박 시장이다. 시민 삶의 질이나 경제선진도시를 강조하는 대목도 그래서 이해된다. 그런데 어딘가 허술한 감도 없지 않다. 부산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깨지거나 구멍이 난 그릇이 적지 않다.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서는 부수고 새로 짓는 하드웨어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거대한 토목이나 건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산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굵직한 계획에 기반한 도시 기능의 재배치나 재생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서고 신항이 제 모습을 갖춘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도시에 걸맞은 인프라의 재편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천혜의 자원인 낙동강 주변을 고층 아파트로 채우고 공단으로 남겨둔 부산으로 어떤 혁신의 내용물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산의 남쪽 바다가 호수처럼 안기는 언덕에 가라앉는 빈집들에 어떤 내용을 채우면 ‘살고 싶은 부산’이 될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된다.

좌표를 향해 항로를 정하고 운항을 함께할 사람들을 정하는 것이 늦어지는 것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더구나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가 ‘상왕’ 때문이라는 일각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 상왕이 어떤 이는 셋이라 하고, 더 많다는 이도 있다.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치고 인사권을 온전히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지도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박 시장이 부산의 운명을 ‘추락’에서 ‘비상’으로 바꾸기로 한 마당에 시간을 끌어 이로울 게 없다. 인사 지연은 박 시장에게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먼저 박 시장에게 ‘교수 출신 정치인’의 우유부단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 박 시장은 ‘참모형’이라는 시각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시정보다는 보수정당 내지 보수정치의 미래를 더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빌미를 줄 수 있다. 1년 뒤 재선을 위한 ‘인사셈법’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의구심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미래혁신위원회에 정치인을 대거 포진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박 시장은 “제게 5년을 주면 부산을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이미 잡은 1년의 기회를 살리면 4년을 더 얻게 될 것이다. 1년 중 열흘 동안 보여준 가능성은 확장하고 불분명한 부분은 빨리 명료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5년으로 가는 길목이 보인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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