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 칼럼]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1-04-15 18:43:5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흔히들 ‘도시’의 도(都)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고을’로, 시(市)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저잣거리’로 풀이한다. 그대로 옮겨보면 정치·행정의 중심이자 경제·문화가 집결되는 곳이 곧 도시인 것이다. 이런 도시를 잘 지키고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학문인 도시공학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강한 정체성을 가진 도시, 매력 있고 쾌적한 도시, 문화·경제적으로 활력있는 도시 등을 지향하며, 이를 가꾸고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그래서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자나 모두 도시의 리더인 ‘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시장 개인에 대한 관심이기보다는, 시장의 능력과 마인드 그리고 역할에 초점을 둔다.

시장이란 직함은 무엇인가? 도시의 대표행정가 또는 최고경영자(CEO)로 정의된다. ‘대표’와 ‘최고’가 붙는다는 것은 시장 때문에 그 도시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대표와 최고로 상징되는 시장은 특별한 조건과 충분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 조건과 자격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고 도시마다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시장들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타이밍, 즉 시대 운(?)도 조건에 포함되기도 한다.

임기 4년 만에 도시를 올바르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쿠리치바, 말뫼, 포틀랜드, 멜버른, 요코하마, 가나자와, 런던, 뉴욕, 파리 등의 도시들을 시대 주역으로 등장시켰던 공로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시장들은 다선을 기본으로, 최소 10년 이상 시장직을 역임했다. 기간 외에도 그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도시 미래상에 대한 일관된 굵직한 선을 가졌던 리더였고, 누구보다 자신의 도시를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며, 또한 재임 중에 도래했던 도시문제들의 극복을 위해 자신만의 색깔로 과감히 도전했던 도시혁신의 주창자들이었다.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별화된 도시상(都市像)을 창안했고 시민들의 애정이 겹겹이 쌓인 강한 도시를 만들어 냈다.

지난주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선거가 있었다. 불과 1년 임기의 보궐선거였지만 무척 뜨거웠다. 금방 돌아서면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왜 그리 과열되었었는지. 시장이 되자마자 의욕과 힘이 빠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시장이 되려 하십니까?” 시장이 되려는 이유가 소원 성취를 위한 자기욕심인지, 정치적 도약을 위한 입지 다지기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에 따라 떠밀려서 선거에 나선 것인지. 모두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이런 시장을 원한다. 소시민들이 염원하는 작은 소망을 지켜주고 시민의 삶을 섬세하게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장, 권력과 권위를 자기방벽으로 삼지 않는 의로운 시장, 어설픈 경제만능주의 사고에 찌들지 않은 시장, 돈과 타협하거나 돈을 탐하지 않는 시장 등이 해당된다. 돌처럼 생각이 굳어있지 않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성과 설득 당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도 시민들은 원할 것이다.

그런데 서너 가지를 적었을 뿐인데 벌써 ‘가능할까?’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도시마다 시장의 자격은 다를 것이다. ‘부산!’ 다루기가 결코 쉽지 않은 참으로 미묘한 도시다. 그런 부산의 새 리더에게 두 가지 마음을 전해 본다. 먼저는 ‘부산을 깊게 또 깊게 공부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다. 이미 부산을 잘 알고 있다고 치부하지 말길 바란다.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새 리더에 주어질 수 있는 특권이다. 혹자는 정체성의 기본을 독립이라 했다. 차별적이며 자주적인 부산만의 특별함을 드러내려면 새 리더는 부산을 깊게 공부해야 한다. 지금은 축소시대다.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질도 동반하락 중인 사실을 말하기조차 껄끄러운 것이 부산의 처지다. 지금은 고유하고 특별한 부산다움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부산의 동력으로 성장시켜가는 새 리더의 결단이 절실한 때이다.

두 번째는 ‘전 세계를 뛰어다녀달라는 갈급한 부탁’이다. 불가능하다면 아시아에서만이라도 그래 주길 바란다. 연줄에 닿는 사람들에 파묻혀서 그게 전부라고 여기며, 귀는 닫은 채 한 발걸음조차 떼지 않는 그런 시장의 시대는 지났다. 언젠가부터 부산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동부산권관광개발, 문현금융단지, 명지국제도시, 에코델타시티, 북항재개발, 제2센텀시티 등 대형 단지 개발을 최선이라 여기며 달려오고 있다. 무려 3000만㎡가 넘는 이 땅들을 도대체 무엇으로 채워왔고 또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새 리더는 일부 계층의 편중된 부와 한정된 상업 서비스 일자리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야 한다. 개발지와 주변의 지가상승을 도시 발전의 효과로 착각하는 오류의 반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을 넘나들며 당당하게 승부를 걸기 바란다.

새 리더는 부산의 현실 앞에서 진정으로 애가 타야 한다. 마치 평생을 살아가야 할 자기 집을 마지막으로 수리하는 사람처럼 부산을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좁아질 대로 좁아져 있는 우리의 시선을 높게 넓게 펼쳐주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오징어 게임 "당신은 돈과 죽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2. 2풍산 일광면 이전 백지화됐다지만 기장군 이전 가능성 여전, 센텀2지구 차질 우려도
  3. 3아빠 휴직하면 360만 원 vs 0원…동네마다 다른 복지정책
  4. 420년째 이웃사랑 실천, 금정구 서2동 김선희 씨
  5. 5MZ세대가 관심 갖는 책은…돈·일잘러·워라벨
  6. 6어린 나이에 가장 된 '영 케어러' 지원 조례, 부산 중구에서 첫 제정
  7. 7동래구 건물 외장재 떨어져 인근 도로 통제
  8. 8경남 18일 코로나19 신규확진 22명
  9. 9부산 코로나 신규확진 40명대…연휴 기간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10. 10오토바이 중앙분리대 충격…순찰차 신속조치로 운전자 생명 지장 없어
  1. 1부산시의회 특별위원회 두 곳 활동 마무리
  2. 2법조·학계 지지 업은 윤석열…‘친홍’ 의리파들 뭉친 홍준표
  3. 3홍준표 “박근혜 수사 사과를” 윤석열 “검사 소임 다한 것”
  4. 4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2> 민홍철 국방위원장
  5. 5이준석 "불가역적 개혁 완성으로 대선 승리"
  6. 6한국, 2024년 고체연료로 우주 로켓 쏜다
  7. 7이재명 대장동 의혹 정면돌파…이낙연 친문 지지 속 호남 공략
  8. 8안철수 “도덕성 없인 필패” 출마 저울질
  9. 9전재수 합류로 힘얻은 이재명…‘최인호 인맥’ 흡수한 이낙연
  10. 10부산 찾은 정의당 이정미 “대통령 되면 신공항 철회”
  1. 1수협중앙회-선원노련, 연근해 외국인선원 증원 합의
  2. 2부산굿즈 천국 ‘부산슈퍼’ 뜬다
  3. 3기장·연제 아파트값 상승률 0.5%대 고공행진
  4. 4정부 “가덕 신공항, 24시간 가동하는 시설로 만들겠다”
  5. 5디지털산업에 부산시 향후 5년간 6700억 투자…전문인력 5000명 육성
  6. 6부산 용당세관 해상특송장 정식 개장
  7. 7부산항 빈 컨테이너 수급 개선
  8. 8제수용품 최대 ‘반값’…편의점, 식당·약국 자처
  9. 9조선업 수주행진…기술인력 태부족
  10. 10홍남기 “카드 캐시백, 비대면 소비 등 사용처 폭넓게 인정”
  1. 1풍산 일광면 이전 백지화됐다지만 기장군 이전 가능성 여전, 센텀2지구 차질 우려도
  2. 2아빠 휴직하면 360만 원 vs 0원…동네마다 다른 복지정책
  3. 320년째 이웃사랑 실천, 금정구 서2동 김선희 씨
  4. 4어린 나이에 가장 된 '영 케어러' 지원 조례, 부산 중구에서 첫 제정
  5. 5동래구 건물 외장재 떨어져 인근 도로 통제
  6. 6경남 18일 코로나19 신규확진 22명
  7. 7부산 코로나 신규확진 40명대…연휴 기간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8. 8오토바이 중앙분리대 충격…순찰차 신속조치로 운전자 생명 지장 없어
  9. 9국내 코로나 금요일 기준 최다…비수도권 26%
  10. 10연휴 첫날 귀성 방향 정체 시작…낮 12시~오후 1시 최대
  1. 1거인의 진격 응원할까…모래판 스타 볼까
  2. 2U-23 축구 사령탑에 황선홍…“항저우AG 우승 목표”
  3. 3부산시체육회, 학생선수 300명에 장학금
  4. 4'고수를 찾아서3' 전통연 고수 무형문화재 배무삼
  5. 5롯데, 에이스가 돌아왔다...kt에 0 대 2 승
  6. 6전준우 2타점 적시타…기아전 위닝시리즈
  7. 7헝가리 이적 류은희, 유럽서 ‘최고의 골’
  8. 8부산 아이파크 마스코트 똑디, 용감함에 귀여움 추가해 귀환
  9. 9부산·안산전, K리그2 29R 베스트 매치 선정
  10. 10롯데, '안경에이스' 올리고도...kt에 4 대 7 역전패
우리은행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대선주자를 만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文정부 탈원전 정책 손볼 것…원전 밀집 PK 피해는 보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대만 품은 UN을 상상하며 /우자오셰
바다 위 과속방지턱과 함께 안전한 추석을 /김홍희
기명칼럼 [전체보기]
“일본, 대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위기의 시대 ‘돌봄’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 같은 선거토론 회피 모의…‘제2 김대근’ 다신 없어야 /임동우
일본 군국주의 살풀이로 전락한 올림픽 /권용휘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판소리 공연의 매력
현대음악에 맞는 기보법 필요
도청도설 [전체보기]
장산구립공원
공시 아니면 니트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과속은 패가망신 지름길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
저지(Jersey) 우유
사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수도권 확산세 차단 방역 경각심 가져야
내년 제품 양산 ‘부산 상생형 일자리 사업’ 기대 크다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러려고 부동산 전수조사 했나
이준석, 돌풍과 역풍 사이
정책 제언 [전체보기]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국가 물류경쟁력과 해운선사 공동행위 /김병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와인의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임희지의 ‘난초’
백제 산수문전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