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산은 더 큰 미래의 시간으로 가자. 누구도 원치 않았으나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한 어둡고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 무엇보다 젊은 ‘뉴 부산 세대’에게 희망의 돛을 올리게 하자. 블루프린트는 자동차경주에서 더 강력한 엔진으로 튜닝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말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부산은 과거의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그야말로 블루프린트의 시간이다.
힘을 합치면 더 많은 길이 보인다. 영국에는 CA(Combined Authority)라는 광역화 지자체연합이 있다. 맨체스터CA를 비롯해 전국에 결성돼 있다. 어디서나 3만 달러의 고소득 경제사회가 되면 국가산업은 점점 고도화하는데 지역별로는 그 편차가 극심해지는 문제를 안게 된다. 영국에서는 이 갈등으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전의 나라로 돌아가자고 독립을 요구했고, 지금도 그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벨기에도 오랜 지역 갈등으로 나라가 연방의 형식으로 나뉘었으며, 스페인도 아직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열기는 수면 하에서 뜨겁다. 지금 부산은 자유롭고 넓은 도시동맹(cities alliance)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100년 전쟁으로 북유럽의 바닷길이 도버해협에서 막히자 발트해 연안의 항구도시들은 도시동맹을 만들어 육로와 바다를 연결하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아직도 발트해 연안에 존재감이 남은 그 유명한 ‘한자동맹’의 도시들이다. 오늘의 복지경제 선진국의 전형이라 불리는 북유럽의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바로 그들이다. 당시 독일 내륙과 항구를 가진 뤄베크가 주도했다.
코로나 상황은 변이 국면으로 이동하면서 교통의 굴곡과 교류의 불확실성, 교역의 불안감을 암시한다. 서로 믿고 투명한 사이가 아니면 하늘이나 바다나 툭하면 개점휴업일 수 있는 분절의 운명이 보인다, 국제무역과 국제문화의 도시 부산의 미래를 간단히 보기 어려운 시국이다.
사고의 힘을 키우면 사물의 형성에 닿는다고 고대철학자 탈레스가 말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도 사람의 깊은 공력에 있다고 고전은 전한다. 그래서 부산은 앞으로 새로운 지식 콘퍼런스와 다양한 창조 페스티벌이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게 펼쳐지는 지식 문물의 ‘신세대 교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대감염의 고통이 컸던 유럽의 과거에도 ‘생존의 회랑(corridor of survival)’이란 교류 행동의 안전한 동선들이 곳곳에 있었다. 국제사회는 이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약속된 동선연결망을 새로이 구축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다자주의 외교에서 그런 낌새가 보인다. 누구는 그 동선에 넣고 누구는 빼려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 부산 부두에는 통관하지는 않으나 지역에서 만들고 다시 팔려가는 보세생산구역이 있었다. 당시 시민은 아침에 일을 하고 저녁에 나오곤 했다. 이제는 어떤 감염으로부터도 완벽한 국제무역과 역내 생산이 가능한 ‘크린 존’을 별도로 만들어 운용해보자.
부산을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항시 지키고자 하면 특별한 교역과 교류 구역의 ‘글로벌 생존 회랑’의 신설이 시급하다. 지금 곳곳에서 어린이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이 코로나로 특히 더 어렵다고 국제구호기관들은 전하고 있으며 바로 우리 부산의 현실이다, 갈수록 코로나는 사회적 약자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그래도 도시는 다시 24시간 살아 움직여야만 한다.
국제외교전문가인 헨리 키신저는 이번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다시 세상은 성곽도시(walled city)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본 바가 있다. 과거의 유럽 역사에서 본 통찰이고, 그의 예언은 불행히도 서서히 맞아간다.
중앙정부의 협소한 외교적 운신 구조에서 부산이 대외적으로 합리적인 유연성을 구사할 수 있는, 중앙과 지방 간의 국가 운영 기술상의 이중 구도를 확보할 시점이다. 부산이 중앙정부와는 별개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대외 관계의 특별자치권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아가 부산은 도시지리상 접점에서 연결과 통합의 포스트공간을 만드는 지혜도 바람직하다. 해양의 한일 간 접점과 육로의 부울경 접점의 새로운 공간 통합과 연결 전략은 부산의 유무형 지평을 넓히는 절묘한 한 수가 될 수 있다. 사상 일대와 가덕도 주변 일대가 대외적 접점 전략의 외연성과 적합성이 높다고 본다.
경제저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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