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대표적 국립대학인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산교대 교수회의가 지난달 30일 통합 추진 MOU 체결을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것이다. 조만간 열릴 부산대 교수회의에서도 무난하게 가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실무위원회 구성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가 부산교대를 흡수하는 방식이지만, 현 부산교대 캠퍼스에 유·초·중등·특수·평생교육 등 모든 과정을 집약하는 전국 유일의 ‘교원 양성 메카’를 조성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거점 종합교원양성기관’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017년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과 오세복 부산교대 총장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논의가 4년여 만에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특히 부산교대 교수진과 재학생, 동문들의 반대가 심했다. 양교간 통합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부산교대 교수회의가 방향을 급선회 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만 해도 향후 10년 이내에 초등학생이 40% 이상 감소해 부산교대 졸업생의 임용률이 떨어지고 2021년 현재 1515명인 정원의 대폭 감축도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부산대 역시 중·고교 학생 감소로 인한 사범대학의 입지 축소를 피할 수 없다. 양교는 이런 위기를 타개할 ‘윈-윈 전략’으로 통합을 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없지 않다. 특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부산교대 재학생들과 총동문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학생들의 경우 전체의 80%가 통합에 반대한다. 특수 목적대학 학생으로서의 위상 훼손과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학생들은 통합 이후 복수전공이 허용되고, 부산교대에 입학하지 않은 기존 부산대 사범대 학생들이 중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이 넓은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한다. 실무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교의 통합은 ‘생존절벽’에 내몰린 지역대학 위기 돌파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해양·수산 분야에 특장점을 지닌 한국해양대-부경대 통합논의를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역 내 국립대간 통합은 이미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성사시켰고 올해 3월에는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해 경상국립대로 재출범하기도 한 만큼,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주요 어젠다이기도 해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내친 김에 이번 통합 논의가 충격적인 정원 미달 사태를 빚은 지역 사립대 간 인수 합병 등 합종연횡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205개 4년제 대학 중 162개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대부분이 지역 사립대들이다. 2035년이면 대학 10개 중 8개가 사라질 처지라는 점을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