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해양수산부 출범 25주년을 기념하는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정부의 한 부처가 출범한 지 4반세기라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양수산업은 국민의 먹거리 즐길 거리의 상당 부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무역국가인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
어떤 기관의 출범 몇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는 그 기관의 그동안의 공을 주로 자랑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행사에서는 해양수산부의 조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쓴소리가 좀 더 많았다.
해외의 여러 사례를 들어서 해양수산부의 조직을 좀 더 확대하자는 얘기가 주제 발표의 핵심이었고, 토론자들은 그간 폐지와 부활이라는 어려운 경로를 겪어온 원인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발전 방향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다양하게 펼쳤다. 또 해양수산인 뿐만 아니라 부산시민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무한 사랑과 긍지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필자는 해양수산부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소회가 떠올랐다. 해양수산부는 해운분야와 수산분야의 업무를 중심으로 외교 통상 기타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바다와 관련이 된 업무를 통합하여 설립되었다. 토론회에서는 해양자원개발, 해양영토 문제, 해양과학기술 분야로 해양수산부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청와대에 해양수산비서관이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재로 해양수산정책이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두 일리 있는 지적이고,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해양수산부의 핵심 분야가 잘 정착되어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할 것 아닌가 싶다.
해양수산부의 핵심 분야는 역시 해운산업과 수산업을 둘러싼 정책이 아닐까? 수출입화물의 99.7%를 선박으로 운송한다는 우리나라에서 해운산업은 물류 나아가서는 교통 분야의 핵심이다. 오늘날 교통 물류 분야는 복합운송, 제3자 물류의 발달은 물론이고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적인 선사가 항공운송기업이나 육상물류기업의 지분에 참여하는 등 육해공의 통합물류를 누가 먼저 주도하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 자율운항선박의 도입을 앞두고 세계 최대 해운기업은 IT 기업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해양수산부가 바다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핵심 분야인 교통과 물류를 통합하는 부처로 거듭나서 교통물류정책의 방향성을 주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로 IT와 생명과학으로 무장된 첨단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정책과 실천으로 어촌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벗어나서 첨단과학산업으로 우리 수산업을 발전시켜서 세계 무대를 주도할 수 있어야 미래 세대가 바다를 누리게 할 가치가 창출된다. 즉 핵심 분야에 대한 국가정책의 장악력이 확실해져야 해양수산부라는 조직의 안정화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본다.
또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해양수산부가 과거 폐지됐던 이유는 핵심 역량이 견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 부활은 사실상 부산시민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열정과 지나치다고 할 만큼의 지원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기존 관념으로 보면 중앙정부의 부처가 서울 한 곳에 모여 있어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직접적인 행정비용의 측면에서 보는 관점이고, 이미 청와대와 국회를 서울에 두고 정부 각 부처의 대부분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기능의 분산이 있었다. 또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 균형발전 등의 긍정적인 면도 나름 검증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6~7위의 항만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해운 중심지, 우리나라 해양산업과 수산업의 70% 정도가 움직인다는 부산에 해양수산부가 자리잡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양수산 공공기관의 상당수가 이미 부산에 옮겨 와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해양수산부-공공기관-해양수산기업이 클러스터를 이루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면 지역균형 발전과 열화와 같은 부산시민의 지지 위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해양수산부를 누가 폐지하라고 떠들 수 있을까? 출범 25주년을 맞은 해양수산부의 안정적 기반과 더 큰 발전을 위한 지름길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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