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를 맡은 공직자의 해당 부동산 신규 취득을 제한하기로 했다. 공직자의 직무상 비밀 이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엄벌하는 내용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도 추진한다.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주요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부동산 불공정거래 행위와 시장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상설적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하면 집값을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과 국가 미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의 표출로 읽힌다.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대책이 아니길 바란다.

현재 4급 이상으로 제한된 부동산 등록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할 경우 행정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110만 명의 공직자에 그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합치면 등록 대상자가 6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 사회 본보기로 만들 수 있다면 행정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간다 해도 뭐가 아깝겠는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익 챙기기로 부동산 시장과 국가 경제를 끊임없이 교란해온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가 문제일 따름이다. 전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차명을 통한 부동산 투기가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공직자 재산등록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투기 근절과 함께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25만 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2·4 부동산 대책 실천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앞서 10만1000호의 입지를 공개한 바 있는 정부는 다음 달 14만9000호의 입지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와 관계없이 공공주택 공급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계획을 흔드는 공약과 발언이 속출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1주일 내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하겠다”며 민간 주도 주택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재건축·재개발은 공공 주도가 최선은 아니다. 입지·상황에 따라 민간의 활력·효율이 더 필요한 곳도 있다”며 정부와 거리를 뒀다.

시민 혼란의 증폭은 당연지사다. 서울의 혼란은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될 게 뻔하다. 이러다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어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 위기 속에 부동산 투기, 주택 공급 부족, 부동산 가격 인상 등 3대 악재가 한꺼번에 닥친다면 국가 경제는 도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표밭갈이에 급급한 정치권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내년 대선까지 지속되면 민생과 나라가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