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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이버폭력 피해청소년, 너의 잘못이 아냐” /이기순

  •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  |   입력 : 2021-03-24 19:41: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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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공간이 사이버폭력의 현장으로 변질되는 불행한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등교수업 일수가 줄면서 전체 학교폭력은 줄었으나 SNS 등을 통한 사이버 폭력 비중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8.9%→2020년 12.3%).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10명 중 3명이 사이버폭력 가해 또는 피해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주변 또래 친구들의 신체적·정서적 폭력이라면 사이버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같은 또래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정서적인 폭력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한 청소년이 단체채팅방에 초대되어 들어가 보니 제목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능욕방”이라 되어있었고, 방 멤버들은 대부분 아는 친구들이었지만 평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채팅방에서 프로필 얼굴사진을 보고 평가하며 비웃고, 부모님까지 욕하고 해서 속상하고 무서워 채팅방을 나갔는데 어딜 나가느냐고 계속 재초대하고 점점 더 심한 욕을 하는 상황이어서 핸드폰 알람만 오면 손이 떨리고 두려웠다고 한다. 이는 이른바 ‘카톡감옥’으로 불리는 사이버폭력의 한 유형이다. 이외에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지만 페이스북 등 SNS에 피해자로 유추될 만한 언급을 하며 욕설을 하고 비방하는 ‘저격글 올리기’ 피해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도박 사이트나 불법 홍보업체 등에 돈 받고 판매하는 ‘카톡 계정강탈’ 등 범죄에 이르는 형태도 있다.

피해 청소년들은 피해를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경우 보복을 당할까봐, 말을 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등으로 선뜻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누가 폭력에 가담하고 있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기에 정서적으로 매우 큰 피해를 입는다. 신체폭력과 달리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괴롭힘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우울 불안 대인기피 자살 등 더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되고, 오랜 기간 심각한 마음의 상처로 남아 정상적인 생활 자체도 어렵게 된다.

이처럼 사이버폭력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먼저 교사 부모 등 어른들이 사이버폭력 피해를 당하는 청소년을 알아보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아이가 불안한 기색으로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고 카톡이나 SNS 내용을 본 후에 괴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갑자기 SNS 계정을 탈퇴하거나 아이디가 없다면, 혹은 사이버상에서 별명이나 험담이 많이 올라오거나, SNS의 상태 글이나 사진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우울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뀐다면 사이버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사이버 폭력 피해를 겪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바로 학교나 경찰서 등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 이때 어떤 유형인지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피해를 당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피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폭력피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상의 증거자료를 삭제해버리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 2·3차 추가 피해를 입게 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역할이다. 피해 청소년의 보호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 해결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해결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워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보호자는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청소년 자녀를 지지해주고 끝까지 보호자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또래 친구들도 사이버폭력 피해 청소년을 도울 수 있다. 친구들이 사이버폭력을 보고도 방관하거나 혹은 동조하기보다 피해 청소년에게 다가가 힘든 점을 함께 나누고 친구가 되어준다면 모든 아이가 나를 이상하게 여긴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8000여 개 초·중·고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만 명의 또래상담자의 역할이 활성화된다면 사이버폭력 예방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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