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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처리 방안 등 핵심 빠진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결론

비전문가와 비원전 주민 ‘맹탕 논의’, 현실 외면한 폭탄 돌리기 더는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3-21 19:08:1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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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21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박근혜 정부 때 수립한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고 처리방식 등에 관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 권고안을 제시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결론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한곳에 짓자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였고, 이를 통해 도출된 권고안은 ‘특별법 제정’과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였다. 방폐장 건설이 예민한 사안인만큼 재검토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너무나 허무한 결론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재검토위를 만든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기본계획에 국민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목적 달성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방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현재 원전이 가동 중인 지역의 주민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검토위의 구성부터 원전도시는 철저히 배제됐다. 이해당사자는 뺀다는 원칙 하에 말로만 그럴듯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로 꾸린 재검토위에는 지역 전문가는 물론이고 원전 전문가조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러니 논의를 하기 위해 구성된 위원회가 또다른 위원회를 만들라는 맹탕 수준의 권고를 내놓는 것이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은 사실상 배제된 것이나 같았다. 모집단의 규모가 이전 정부 때의 10배인 2만 명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추출 결과다. 600여명의 시민참여단도 경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도시는 전국의 일부로 격하됐다. 부산이나 울산 같은 원전도시가 아니라 서울이나 인천 사람이 설문에 더 많이 참여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중간시설과 영구시설을 같은 부지에 몰아 짓는 게 좋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이나 듣자고 이 많은 예산과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다. 원전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원전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으니 영혼 없는 결론이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설치 논의는 고리1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 43년째 제자리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인 이상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이지만 누구도 총대를 매지 않고 있다. 몇년 안가 원전의 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은 포화에 이른다. 지금도 50여만 다발의 핵 쓰레기가 모여있다. 자기 동네에 핵 쓰레기장을 짓는데 환영할 사람은 없다. 그건 원전 찬성론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전 문제는 이런 위선과 자가당착의 현실을 직시하는 게 출발점이다.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면 당연히 첨예한 논란이 벌어진다. 진통 없이 누구나 승복 가능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 저장시설을 만드는데 최소 30년이 걸린다. 시간은 자꾸 흐른다. 언제까지고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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