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처럼 치솟던 불기둥, 바다가 일어선 듯 거세게 밀려오던 쓰나미. 지금도 아비규환의 기억이 생생하다.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체르노빌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최악(7등급)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재해다. 당시 1만6000여 명이 숨졌지만, 후쿠시마는 아직도 방사능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전밀집도가 일본의 배가 넘는 우리나라 역시 방사능 오염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동남권의 우려는 더 크다. 후쿠시마 후유증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정부는 가동 중인 원전들을 대상으로 종합안전점검을 벌여 56건의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이 가운데 54건(96.4%)을 이행했으며, 나머지 2건은 202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설비를 설치했고, 후쿠시마 원전처럼 안전정지시설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3만8500여 기기의 내진성능을 규모 7 지진 감내 수준으로 보강했다. 고리원전 앞에는 쓰나미에 대비해 높이 10m, 길이 2.1㎞의 방벽도 축조했다. 2038년까지 원전을 14기로 줄이는 탈원전 에너지 계획도 수립했다.
하지만 원전사고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국내 원전에서 11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4호기가 들어선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가 34건(29.3%)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9월 태풍 내습 때 전기 공급이 끊겨 고리원전 등의 가동이 중단된 사고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월성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는가 하면,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 된 수소제거장치(PAR)에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느낌이다. 이런데도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다. 행정안전부가 원전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서울 잔류를 승인한 게 단적인 예다. 원안위가 원전 현장에 있어야 하는 건 굳이 말할 나위가 없는 당연지사다. 그 상식을 거슬러 원안위의 서울 잔류를 허용하는 정부에서 안전은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절감한다.
11일 국내에 개봉되는 후쿠시마 사고 논픽션 드라마 ‘태양을 덮다’는 현장을 강조한다. 사고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이 늦었던 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전역으로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건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본부를 차리고 사고 수습에 전력을 쏟은 덕분이라고도 한다. 원안위와 우리 정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모습이다. 원안위와 정부 관계자들은 ‘태양을 덮다’를 꼭 보기 바란다. 원안위의 서울 잔류를 고수한다면 후쿠시마 같은 오류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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