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상놈의 혁신DNA /안병민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   입력 : 2021-03-08 19:09:5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노자는 혁신가다. 통념을 뒤집는다. 상식을 깨부순다. 그 매혹적 전복이 통쾌하다. 상덕부덕 시이유덕(上德不德 是以有德) 하덕불실덕 시이무덕(下德不失德 是以無德). ‘도덕경’ 38장이다. 최고의 덕은 덕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 있다. 낮은 수준의 덕은 덕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 없다. 내세우지 않아 고수이고, 집착하니 하수이다.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혁신의 텍스트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혁신 통찰? 집착하지 말라는 거다. 얽매이지 말라는 거다.

집착하면 굳어진다. 놓아야 자유롭다. 그런데 움켜쥐려고만 한다. 놓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감옥에 갇힌 꼴이다. 수준 낮은 덕, ‘하덕’의 모습이다. ‘상덕’은 반대다. 연연하지 않는다. 과감히 비운다. 흔쾌히 버린다. 그래서 여유롭고, 그래서 자유롭다.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니 유연함이다. 유연함은 포용으로 이어진다. 다양성을 끌어안는 힘이다. ‘애자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혁신의 핵심 키워드가 여기 다 들어 앉았다. 노자의 눈으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놓아서’ 성공한 혁신 사례다. 오랜 기간 신뢰를 구축해온 전통의 금융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카카오뱅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출범 1년 반.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는 세계 최단 기간 흑자 달성을 기록했다. 은행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비결은 단순했다. 집착하지 않았다는 거다. 얽매이지 않았다는 거다.

금융기업의 생명은 신뢰다. 믿음이 가야 돈도 맡길 수 있다. 그래서 생겨난 업무상 각종 프로토콜이 부지불식간에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된다. 고객을 위해 도입했던 업무 프로세스가 고객과 따로 노는 거다. 이쯤 되면 ‘고객이 편한가, 불편한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업무 지침에 부합하는가, 아닌가’가 관건이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 슬픈 이야기.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로 대표되는 기존 은행 사이트에서의 짜증스러운 고객경험이 그래서 생겨난다. 안방으로 모셔야 할 고객을 뒷방으로 밀어낸 셈이다. 물론 은행도 할 말이 있다.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비즈니스이니 무엇 하나 허투루 다룰 수가 없어서란다. 불편하더라도 믿음직한 서비스가 낫다는 생각. 이게 금융서비스의 전형이라는 생각. 기존 은행들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수하고 집착했다. 패착이었다.

신뢰와 편리함은 병립불가의 개념인가? 믿음직하려면 반드시 불편해야 하나? 그럴 리가 없다. 정통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던 모든 걸 버리고, 모든 걸 놓았다. 제로베이스. 카카오뱅크의 출발점이었다. 접근부터 달랐다. 목표는 행복한 고객 경험. 모바일에 집중했다. 공인인증서도 없앴다. 휴대폰 인증과 신분증 촬영만으로도 계좌 개설이 뚝딱. 서비스 첫 화면은 단순하게 구성했다.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다. 카카오톡의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활용해 재미 요소까지 더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구성. 고객이 열광했다.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은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차별적인 고객 경험에 맞춤했다. 기존 금융 관행에 매몰되지 않으니 만들 수 있었던 혁신이다. 수십 년간 과거를 답습하며 기존 은행들이 화석처럼 굳어져갈 때, 카카오뱅크는 정장에서 캐주얼로, 기꺼이 옷을 갈아입었다. 마케팅을 주제로 카카오뱅크 임직원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은행이라기보다는 역동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스타트업 분위기. 형형색색 캐주얼한 옷차림엔 개성과 창의가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뜨거운 열정이 피어올랐다. 움켜쥐니 경직되고, 놓아버리니 유연하다. 노자가 갈파한 상덕이 이런 모습일까? 날 것 그대로의 혁신 현장이었다.

“조선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유학을 배우기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고유의 특성을 잃고 매우 인위적으로 변해갔다. 이들은 그러한 스스로를 극복하려고도, 또 새롭게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 고대의 유령 같았다. 하지만 상놈들은 그러한 속박에서 자유로웠다.” 1888년부터 1897년까지 조선의 격변기를 담은 책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중 한 대목이다. 혁신은 전복과 일탈에서 나온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오늘에 집중하는 ‘상놈’의 혁신DNA가 절실한 요즘이다.

열린비즈랩 대표·‘숨은 혁신 찾기’ 저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