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가 걸음마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243곳 중 94%인 228곳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부산시의 동백전은 지난해 1조2000억 원 이상을 발행해 경기 인천에 이어 전국 세 번째의 발행액을 기록했다. 출범과 동시에 조기 안착한 성공 사례로 꼽히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지역화폐이다. 동백전이 앞으로 시장에서 순조롭게 안착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 주체인 부산시나 시민도 동백전의 성공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동백전은 지금 꽃이 피기도 전에 이해 다툼에 봉오리가 꺾일 위기에 직면했다. 결제 방식을 놓고 벌어진 소모적인 논쟁과 석연치 않은 운영 대행사업자 선정 과정 등은 동백전의 혜택을 누리는 시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해 일부 단체는 운영대행 수수료를 문제 삼아 가맹점주에게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선불카드 방식 도입을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이 없는 QR결제 방식을 도입하자 시와 운영대행사를 맹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QR 결제 방식은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돼 간편하며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결제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울산시와 김포시에서도 수억 원의 수수료 비용을 절감시킨 바 있다.
사실 QR결제나 선불카드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선불카드식 지역화폐는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때 카드를 내면 되니 편리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수수료가 다른 방식보다 많은 게 흠이다. QR결제식 지역화폐는 노인층 등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단점이 있으나 소상공인인 가맹점의 수수료가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는 마치 선불카드 방식이 궁극의 해결책인 양 고집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올해 운영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공개된 심사 결과 역시 상식적이지 않았다. 운영대행 용역 제안서 평가 결과 일부 평가위원의 업체별 정성평가 점수가 두 자리 수 이상의 큰 차로 벌어졌다.
부산시가 공개한 정성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면 전체 9명의 심사위원이 코나아이에는 54.2점부터 68점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점수를 부여한 반면 KT에는 만점인 70점부터 22.5점까지 최대 47.5점이라는 극명한 점수 차이를 부여해 통상 합계점수 1점 내외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업에서 모든 심사위원이 동일한 심사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1년 전 경쟁에서는 기술능력평가항목(90점)에서 KT가 코나아이에 비해 2.1점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1년 만에 이렇게 높은 점수 차이로 순위가 뒤바뀐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입찰에 이어 KT와 코나아이 양자 대결인 이번 심사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은 코나아이에 과도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평가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렵게도 기존 대행사를 비난하기에만 급급하던 특정 단체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는 심사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는 동백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위법 및 부당성이 드러났다며 법원에 후속 절차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부산 시민의 입장에서도 유용하게 쓰고 있던 기존 혜택이 사라지게 돼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기존 동백전 체크카드는 캐시백 이외에도 결제액에 따른 카드사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었다. 신규로 동백전에 가입해 선불카드를 받게 되는 고객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앱에 카드를 등록해 실물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편리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