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대학교엔 매화가 한창이다. 인문관 앞 홍매화가 으뜸이다. 인문관 근처 10·16기념관에서 새벽벌도서관까지 곳곳에 매화가 폈다. 이 길은 부마항쟁사를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부마민주항쟁 발원지 표석~부산대 부마민주항쟁 표석~10·16부마민중항쟁탑으로 이어진다. 부산시교육청이 처음 만든 부산민주화운동 학습 자료인 ‘부산민주길을 걷다’ 워크북 가운데 ‘부마길-부산대 코스’의 일부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체제를 무너뜨리고 5·18민주화운동으로 연결되는 한국 현대사 ‘4대 항쟁’ 중 하나다. 부산 초·중·고생이 한국 현대사를 바꾼 부마민주항쟁을 본격적으로 배운다니 반갑다. 민주주의의 체화다.

지금, 미얀마는 엄혹한 쿠데타의 계절이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시민이 쓰러지고 있다. 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19세 소녀 치알 신도 그 중 한 명이다.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참변을 당하면서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군부가 그녀의 시신을 도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장례식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미얀마 시민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우리에겐 R2P가 필요하다!”(We want democracy! We need R2P!)고 세계를 향해 외친다.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는 국제규범상 ‘보호책임’을 의미한다. 특정국가가 반인륜 범죄, 집단학살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으나 별무소득이다. ‘내정 간섭’이란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며, 중국에게 미얀마는 일대일로의 거점이다.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경고를 귓등으로 흘리는 이유다.

지금, 중국에선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회에 이어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내년 10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진행한다. 더욱 공고하게 권력 기반을 구축하고, 미국과의 양강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 한다. 시 주석의 ‘중국몽’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미얀마 군부를 용납해선 안 된다. 미얀마 시민에게 필요한 R2P의 열쇠를 중국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부산 시민, 학생도 지켜본다. 중국몽의 시험대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