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청와대 친문’과 ‘여의도 친문’ /김경국

유영민 다그친 김태년, ‘패싱’ 당한 靑 민정수석

文, 단호한 메시지 내놔야 국정 혼란 잡을 수 있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핵심 측근들이다. 그런데 ‘여의도 출신’의 친문(친문재인) 실세들로부터 수모에 가까운 무시를 당했다. 유 실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로부터 공개적으로 추궁에 가까운 다그침을 받았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놓고서다.

국회 운영위가 열린 이날은, 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 시즌 2’와 관련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안이 안착되고…”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유 실장은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하라’ 이렇게 (직접적인) 워딩으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다그치듯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거듭해서 “워딩이 ‘속도 조절’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답변을 유도했지만,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 못하지만, 그런(속도 조절) 뜻이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유 실장은 대통령의 ‘워딩’에 대한 속뜻을 얘기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워딩’만을 가지고 유 실장을 닦달했다.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그런 게 아니었지만,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는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잠시 여야 의원들 간에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유 실장은 회의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안 안착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속도 조절이라는 것으로 언론에 나왔는데, 확인해보니 그 워딩은 없었다”고 물러섰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유 실장은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전달했는데,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김 원내대표는 ‘표현’을 가지고 몰아세워 결국 ‘항복’을 받아낸 셈이다. 힘있는 비서실장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수시로 대통령을 접촉하는 비서실장은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있을 것이고, 더군다나 대통령의 발언을 지근거리에서 들었다면 당시 대화 분위기도 유추해 내놓은 해석이 ‘속도 조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여당 원내대표가 “들은 바가 있다”는 말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끝내 굴복시킨 것이다.

어제 사표가 수리된 신현수 전 민정수석 사표 파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검찰 고위급 인사를 놓고 정치인 출신인 박범계 법무장관과는 생각이 달랐고, 결국 인사 과정에서 ‘패싱’ 당했다. 민정수석을 거치지 않고, 누군가가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보고하고 재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신 전 수석은 심지어 “친문들이 나를 조리돌림하고 있다”고까지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전 수석의 경우 문 대통령이 ‘패싱’ 사실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유 실장과 신 전 수석은 문 대통령과는 상당한 지근 거리에 있는 관계이지만, 정치를 계속해온 민주당 내 친문 인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친문들 입장에서는 두 사람을 ‘우리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임기 말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여의도 친문들의 이 같은 태도를 방치할 경우 자신들이 권력을 위임받은 것으로 오판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침묵이 친문 실세들로 하여금 ‘우리가 힘이 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속도 조절’에 대한 진의가 무엇인지, 신 전 수석 패싱 과정에서도 어디까지가 본인의 생각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비서진에 힘을 실어주지도 않았다.

임기 말 청와대 측근들의 힘이 빠지면 레임덕은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유 실장이 친문 핵심이었거나, 대통령이 평소에 힘을 실어줬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대통령 발언의 ‘진의(眞意)’ 공방이 ‘레임덕’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할 사람들은 청와대 측근들이지 여의도 측근들이 아니다.

결국 친문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무시하는 단초는 문 대통령이 제공한 셈이다. 친문 실세들 입장에서 볼 때 유 실장이나 신 전 수석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본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침묵이 점차 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제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고, 어차피 레임덕을 피해갈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소위 당 실세들은 ‘차기’를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2. 2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8. 8"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9. 9“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10. 10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