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는 아마 달이 아닐까 한다. 보통의 경우 달·별과 같은 하늘의 천체는 밤에 보인다고 생각해 태양은 왠지 그 무리에서 벗어난 또 다른 것이라 느끼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태양계에서 별의 개수를 물어보면 “무수히 많아요”라는 답이 일차적으로 먼저 나온다. 틀렸다고 얘기하면 그때서야 학생들은 질문의 의도와 사용된 정확한 용어를 알아듣고는 ‘하나’라고 정확하게 답한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지만 태양계에는 유일한 별 태양이 있다. 이 태양 주위를 지구와 같은 행성들이 공전하고, 또 행성 주변을 달과 같은 위성이 공전하고 있다. 태양은 낮에 떠 있기 때문에 밤에 보이는 달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일 것이다.
달은 지구의 하나뿐인 위성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27.3일에 한바퀴씩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달도 자전을 하는데 그 방향과 주기가 공전과 같아 지구에서 보면 항상 한쪽면만 보이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달토끼가 사는 면만 볼 수 있을 뿐 그 뒷면은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달빛은 달이 내는 빛이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한 것이다. 그래서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할 때 태양과의 위치 관계에서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과 같은 다양한 모양의 달을 관찰할 수 있다. 달의 모양 변화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공전 주기인 27.3일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 달(정확히는 29.5일)을 주기로 모양이 바뀐다. 그래서 음력은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로 돼 있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거나 혹은 집에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 하늘을 바라보며 달을 찾아보곤 한다. 달의 모양과 위치를 확인하며 초저녁에 보이는 달이 초승달이면 서쪽 하늘에, 상현달이면 남쪽 하늘에, 보름달이면 동쪽 하늘에 어김없이 수업시간에 가르친 대로 떠있는 달이 신통방통하다고 느끼며 혼자 감탄을 한다.
요즘 학생들은 하늘을 잘 보지 않는다. 틈나면 손에 쥔 휴대전화를 보거나 부족한 잠을 청하지 구태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적이 별로 없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일부러 과학 동아리 활동으로 천체 관측의 기회를 주곤 한다. 학교 옥상에 천체 망원경을 설치하고 달을 관측하면 이론적으로 알고 사진으로 본 적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달 표면을 보고 크레이터(운석 구덩이)를 관찰하는 것을 생각보다 신기해하고 새로워한다.
자신들이 느낀 것을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고 싶다며 학생들이 나서서 시민 관측회를 계획했고, 학교에서 가까운 온천천으로 나갔다. 일단 천체 망원경을 두세대 설치만 해도 관심을 끌었고 학생들이 시민에게 관측을 권하면 지나가다 잠깐 망원경 속의 달을 보며 깜짝 놀란다. 또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준 학생들을 칭찬해 주고 집에 다시 가서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늘 보는 달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잘 볼 기회는 없었다며 특히 크레이터를 자세히 보는 게 신기하다고 감탄을 하시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날짜만 잘 맞추면 목성과 토성도 관측할 수 있었는데 목성의 표면 줄무늬와 토성의 고리를 본 시민이 별이라 생각했던 천체가 지구와 같은 행성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예전 학생 때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하나하나 설명하고 관측을 돕던 학생들도 뿌듯해 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망원경에 보이는 달을 찍기 편해서 원하는 분들께 찍어도 드리고 했더니 앞으로 온천천에 관측회를 할 때마다 연락달라며 전화번호를 주시는 분도 있었다. 자주는 아니라도 일년에 두세 번 정도는 시민 관측회를 열어 왔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학생들이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고 서로 접촉이 두려워 많은 것들이 취소됐다.
지난달 26일은 정월 대보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하게 지나가고 구름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정월 대보름 둥근 달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제일 먼저 바라지 않았을까.
용인고 과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