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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인플레이션 ‘지니’가 깨어나는 신호 /정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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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2-22 19:11:5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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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과 요술램프’ 이야기는 주인공 알라딘이 램프를 문지르자 요정 ‘지니(Genie)’가 튀어나오는 것으로 본격화된다. 천년 동안 램프에 갇혀 있었다는 요정 지니. 이 램프의 요정은 이제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주기 시작한다.

그간 월스트리트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가 언제쯤 깨어나는가’였다.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코로나 19사태까지, 세계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풀었는데도 지표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13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확인되지 않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자신감 있게 돈을 풀었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들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으로 역대급 돈을 단기간 쏟아붓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요즘 시장 가봐,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이다. 밥상물가는 수년 전부터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공식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6%로 넉달 연속 0%대를 유지하고, 올라봤자 1%대가 고작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4%였다. 이런 상황이니 선뜻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꺼내지 못한다.

참고로 과거 국내 물가 통계를 보자. 대한민국 주식과 부동산이 뜨거웠던 2007년 물가상승률은 평균 2.5% 였는데, 이후 2008년 원유 및 기초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로 4.7%까지 급등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 2010년 3.0%이었고, 2011년 농축수산물 급등과 유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4.0%까지 올랐다. 그리고는 물가 하락기가 이어졌다. 금리는 계속 떨어졌고, 돈은 계속 풀렸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왜 인플레이션은 중요할까. 왜 인플레이션이란 지니의 요정이 깨어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는가. 그것은 바로 ‘결전의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간 인플레와 자산 가격의 패턴을 보자.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금리 인상도 현실화하고 자산 가격도 함께 오르는데, 일정 시점이 지나면 시장이 먼저 하락하고 이후 어디선가 악재가 불쑥 터지면서 대폭락으로 마무리됐다. 가령, 2007, 2008년의 인플레이션과 코스피의 흐름을 보자. 2007년 1월 1400대였던 코스피는 11월 2085로 최고점을 찍었다. 2008년 1월 1500대까지 떨어졌고, 잠깐 급반등도 나왔지만 여름부터 시장은 무너졌다. 결국 11월 892까지 대폭락한다. 물가 흐름은 어땠을까. 2007년 8월 2%를 넘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월 3.5%를 찍더니 2008년 4월 4.1%, 7월 5.9%로 최고치를 찍게 된다. 기준 금리도 2008년 8월 연 5.25%로 최고치를 찍었다.

반복해보면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도 함께 오르는데 이때 주식은 처음엔 주춤하다 무섭게 급등한다. 그리고 임계점에 도달하면 주식은 하락을 시작하지만 물가는 더 오르고 금리도 무섭도록 오른다. 이 다음엔 기억이 생생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주식과 부동산 모두 대폭락한다. 물론 자산시장 흐름이 꼭 반복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떤 통찰을 하든 인플레이션을 확인하는 건 중요하다. 물가란 것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결국 금리 급등을 이끌고, 나아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의 약점을 파고드는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 3%, 2008년 7월처럼 5.9%로까지 치솟으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유가 급등이고, 둘째는 초약달러이다. 기술적 분석으로 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6~68달러(WTI 기준)를 넘고, 달러인덱스가 88 밑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물가상승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변수가 있다면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다. 기승을 부리면 또 다시 경제활동은 멈추고, 물가는 오르지 않고, 정부는 더 돈을 풀 수 있겠다. 하지만 ‘스마트 머니’ 관점으로만 보면 이미 지니는 풀려난 것 같다. 동화 속 지니는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는 충직한 요정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다르다. 결국엔 우리 뒷통수를 치니까 말이다. 물가 상승을 직시해야 할 때가 왔다.

경제칼럼니스트·진투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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