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는 문명발달을 뒷받침한 산업화 시대의 핵심인자로 오랜 기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요즘 들어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인류문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예측이 널리 인용되면서 묘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단순한 심적 예측이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이 온실가스 발생과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이라는 과학적 분석이 더해져 신뢰성 있는 경고로 다가온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문제는 그 원인과 심각성의 차이가 있었을 뿐 지구 역사 40억 년 동안 우리의 행성과 생명체에게 늘 위협이 되어 왔다. 자정작용을 통한 감내가 힘들 경우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까지 거치면서 ‘리셋’ 되어 왔다는 것도 정설이다.
최근 온실가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수십 년 안에 세계를 위협할 위험요소들을 제시하고 빠른 대응을 권고한 분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 하나가 문명의 역사와 향후 예견에 관한 세계적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Upheaval(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인데,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에 대한 해결이 없으면 인류 문명은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문제는 어떠한 파급 효과를 예상하기에 문명의 멸망까지 거론하며 위험요소로 분류하고 있을까.
인류사회의 비약적 발전은 산업화에서 시작되었고 대부분의 산업은 에너지의 대량 사용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산업의 팽창과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는 불가분의 관계라 화석연료의 남용이 온실가스의 대량 발생과 기후변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생존의 위험 요소로 분류된다. 화석연료 대부분은 매장 자원이라 고갈의 문제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발굴을 통해 이를 대체할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는 일은 생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결국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문제에 공통적으로 화석연료가 관여하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들로 인해 화석연료 문제를 더 좌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기술적 대안 마련과 대책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후중립전략 2050’을 통해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세계 각국의 동참을 권하고 있다. 2019년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에너지 산업 생태계 오염 등 기후중립을 목표로 한 전방위 로드맵으로, 재정과 기술지원을 위해 2027년까지 최소 1000억 유로를 투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부터 정량적인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 왔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20년 연간 탄소 배출량이 5억4000만t 수준에 머물러야 했지만, 실제 7억8000만t을 배출했다. 감축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Net Zero 2050’을 통해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탄소저감 로드맵을 발표하며,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선언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이행준수 매커니즘과 단계별 목표를 포함한 법령 도입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 혁신 연구개발에 400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탄소저감용 핵심 기술에는 그린수소 기술, 저가격 그리드 배터리 상용화 기술, 탄소 포집 및 제거 기술 등이 포함됐다. 특히 2019년까지 미국 에너지시장의 80%를 차지하던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최대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들은 모두 파리협정에 뿌리를 둔다.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에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의 수립을 요청했고, 우리나라도 한국형 탄소중립 5대 기본방향 LEDS를 수립했다.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및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가 주내용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지표 기준으로 G7 경제권에 진입했다는 낭보가 있었다. 어깨를 견주게 된 것 자체가 낭보인 G7은 화석연료와 산업을 바탕으로 세계경제 중심에 자리한 국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은 앞 다투어 화석연료 탈피와 탄소중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단일 국가, 단일 권역만의 어젠다가 아니며 300년 만에 열리는 새로운 시대의 신호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가 G7 경제권에 진입한 바로 지금, 세상은 에너지 전환을 앞두고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세계선도 국가가 되기 위한 실천적 도전은 지금이 기회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