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충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백악기 말에 공룡을 멸종시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약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초대형 운석에 의해 지구상의 동식물 종의 75%가 사라지는 대멸종(K-Pg 멸종)이 발생했고, 수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우세종인 공룡도 이때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룡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운석 충돌인지, 아니면 인도 데칸고원 북서부(Deccan Traps)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분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운석 충돌이 대멸종과 연관돼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운석 충돌은 지구상의 생명체에게는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석 충돌 후 육지에서는 포유류가 수십만 년 동안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체수를 회복했지만, 해양생물이 다시 개체 수를 회복하는 데는 약 200만 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는 운석 충돌에 의해 대량의 황이 방출된 후 산성비가 내리면서 해수의 pH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당시 운석 충돌은 2차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원자폭탄 100억 개의 위력을 가졌으며 약 3250억 톤의 황이 방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운석 충돌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운석 충돌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구상에 어떻게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는가는 아직까지도 과학계가 풀지 못한 가장 큰 난제이다. 과거에는 원시 대기에서 생명의 재료가 자연적으로 합성되었다는 이론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운석이 생명의 기원일 수 있다는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말에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도호쿠대 공동연구팀이 운석에서 리보스(ribose)를 비롯한 생명에 필수적인 당(sugar) 성분을 찾았다고 발표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는 운석이 우주에서 지구로 생명 탄생의 재료를 공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작년 9월 캐나다 오신스키(Gordon Osinski)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운석 충돌에 의해 형성된 분화구가 생명 탄생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충돌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화구 호수에서 물과 미네랄, 화학물질들이 조합되고 충분한 열에너지가 제공되므로 미생물이 번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4년 경남 진주 지역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지질학 분야에서도 과거의 운석 충돌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지형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소위 ‘펀치볼’이라고 불리는 강원 양구군의 해남분지이다. 해남분지는 접시 모양으로 생긴 형태 때문에 운석 충돌에 의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지질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많은 연구에 의해 운석 충돌이 아닌 화강암의 차별 침식에 의해 형성된 침식분지로 밝혀졌다.
하지만 작년 12월 경남 합천군에서 한반도의 첫 번째 운석충돌구가 발견되면서 지질학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팀이 7 km 직경의 적중-초계분지에 대한 조사 결과 운석충돌구라는 결론을 내리고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연구팀은 142 m 깊이의 시추코어에서 운석 충돌의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 보통 운석이 지표에 충돌하게 되면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면서 기존 암석과 광물에 독특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연구팀은 하부의 충격 각력암층의 석영 광물 내에서 평면변형구조(PDF)를 찾았고 약 130 m 깊이에서는 원뿔형 암석구조(shatter cone)를 발견했는데, 이들은 모두 운석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파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구조들이다. 이번에 발견된 합천의 운석충돌구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 이후 두 번째일 정도로 희소성이 높지만, 아직 정확한 운석 충돌의 시기나 충돌 이후의 환경 변화 등 규명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앞으로 활발한 후속 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운석 충돌 역사가 정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