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원양어업과 근해어업의 기지로 대표되는 부산은 수산업의 중심지이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로 대표되는 부산의 자갈치 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산물 시장이고, 대형 근해어업들의 어획물이 위판되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최대의 수산물 위판장이다.

부산의 어선세력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고, 냉장보관능력은 국가 전체의 25% 그리고 수산물 가공량은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량은 국가 전체의 42%, 수산물 수출입은 70% 이상을 점하고 있어 우리나라 수산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수산업 관련 사업체 수는 2만6000개 이상, 종사자는 약 10만 명, 그리고 연간 산출액은 18조 원이상으로 부산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아주 높다.

하지만 부산의 수산업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어업생산량이 급격히 감소(2010년 대비 2019년 어업생산량 26% 감소)하고 있어 어업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이는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산업 등 관련 전후방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업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노령화 현상 또한 크게 심화되고 있다. 부산지역 수산식품업체들의 경우 매출액 10억 미만, 종업원 5명 이하의 소규모 업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원료 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냉동 중심의 단순가공 및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수산식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부산 수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부산 수산업 혁신에 속도감을 내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영국의 험버(Humber) 지역은 부산과 같은 전통적인 어업 도시였지만, 90년대 들어 수산물 생산량 감소로 인해 지역경제가 급격히 쇠퇴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유통가공 혁신을 통한 수산물 클러스터화를 통해 유럽의 수산물 허브(hub)지역으로 부활하였다. 전통적인 어업생산에서 벗어나 가공기술개발 원료 공급 유통시설 확대, 그리고 기술 인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영국 내 수산물 원료 및 가공의 70~80% 담당하면서 양질의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나가고 있다. 이는 부산의 수산업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하지만 부산 수산업의 혁신이 더딘 틈을 타서 최근 인천에서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천항 연안부두에 있는 수산시장과 수산물 가공업을 활성화해 생산부터 가공 유통 수출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우리나라 관련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 외에도 전남 장흥에서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어 활기를 잃은 노력항에 고등어 선단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고등어 선단이 장흥으로 옮겨갈 경우 부산의 수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업, 나아가 고등어 관련 후방산업의 일자리 감소 등 부산지역 경제에 대한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의 수산업이 과거의 명성에만 의존해 아무런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역 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 부산의 수산업 혁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은 지금부터 전통적인 생산 중심의 어업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생산-가공-유통-수출이 연계된 글로벌 수산식품의 허브(Hub) 도시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부산이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수산분야 인프라 및 부산지역 관련 대학과 연계한 인적 및 기술적 지원을 행하고, 저리의 시설자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고차 가공 수산식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해면어업에서 어획량 감소로 원료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육상에서의 고밀도 순환여과식 친환경 양식방법을 활용한 대규모 가공용 양식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부산지역 수산식품업체들에게 저렴한 양질의 원료를 공급함으로써 수산식품업체들의 규모화 기업화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부산과 가까이 있는 세계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일본과 중국, 나아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가공 원료를 포함한 시장경쟁력 있는 수산식품을 수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산식품의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글로벌 수산기업을 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경쟁력 있는 산업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해 나간다면 명품 해양수산 도시로서의 부산의 위상과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더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