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패왕 항우(項羽)와 한왕 유방(劉邦)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 초한대전(楚漢大戰)에서 유방이 이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방은 항우보다 집안 배경이나 개인 역량이 크게 뒤졌다. 항우는 초나라 명가 출신이었고 유방은 빈한한 농민이었다. 개인적 힘도 항우는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였지만 유방은 보통 사람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자가 된 인물은 유방이었다. 유방은 중원을 차지한 후 공신들에게 “내가 천하를 갖고, 항우가 천하를 잃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공신들의 분석이 정곡을 찌르지 못하자 한 고조 유방은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장막 안에서 계책을 짜 천 리 밖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장량(張良)만 못하다. 나라를 진정시키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군량을 공급하거나 수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何)보다 못하다. 백만 군사를 연합해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내가 그들을 등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천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항우는 범증(范增) 한 사람이 있었으나 그도 등용하지 못해서 내게 포로가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고조본기와 반고(班固)의 ‘한서’ 고제본기에 나오는 일화다. 이처럼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면 성공한다는 것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권력자의 주변은 늘 아첨배로 가득하지만 진짜 인재는 권력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에는 인재 발탁의 어려움에 관한 사례가 많다. 유비(劉備)가 일개 시골 학자에 불과했던 제갈량(諸葛亮)을 세 번이나 찾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신 것은 그런 사례 중의 하나이다. 고구려 고국천왕도 농사짓던 을파소(?~203)를 ‘겸손한 말과 정중한 예’로 중용해 국상으로 삼았고, 삶의 어려움을 아는 그는 백성에게 관곡을 빌려주는 진대법을 시행해 백성을 도탄에서 건졌다.
인재가 자기 진영 내의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반대 진영일 경우 아무리 유능해도 모시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반대진영의 관중(管仲)을 삼고초려보다 더한 세 번 씻고 세 번 향을 쬐는 삼흔삼욕(三釁三欲) 끝에 모셔서 성공한 인물이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다. 관중은 반대진영 정도가 아니라 환공의 형이었던 공자 규(糾)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공자 소백(小白:환공)에게 활까지 쐈던 인물이다. 환공이 제나라 군주가 되어 관중을 사형에 처하려 하자 포숙(鮑叔)은 “제나라만 다스리려면 포숙으로도 가능하지만 패자(霸者)가 되려면 관중을 기용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환공은 삼흔삼욕하는 정성으로 관중을 모셨고, 춘추시대 첫 패자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유능한 인재일까? 이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대의 소명을 절감하고, 깊이 사고하고 멀리 내다보며, 세상사는 문리가 트이고, 주위가 신뢰하는 사람이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소명을 알아야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깊이 사고하고 멀리 내다보면 많은 사람이 희망을 보며 일할 수 있게 된다. 세상사는 문리가 틔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신뢰를 구축해야만 추진력이 생긴다. 이런 자질을 갖춘 유능한 인재는 미리 준비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당당하게 일하며,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장관이면 국민은 누가 장관인지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재가 정말 유능한지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유능한 인재를 등용할 수 있다. 3000년 전 공자(孔子)는 ‘어질다’는 인(仁)을 사람을 사랑하는 애인(愛人)으로, ‘안다’는 지(知)를 사람을 아는 지인(知人)으로 설명했다. 앎의 궁극적 목표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도 지인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유능함을 알아보는 지인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모시는데 국정 최고 책임자를 보좌하는 참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능한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고 단지 찾기 어려울 뿐이다.
최근 개각이 있었고, 청와대 참모진도 개편됐다. 기준에 맞는 인재를 널리 찾아 정성을 다해 모셨는지는 알 수 없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는지는 새로운 얼굴들을 지켜보면 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부 들어 검찰총장, 감사원장, 역사 관련 국책기관장 등 지난 인사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인사가 만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롯데장학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