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대한민국 해사산업은 지속적인 불황에 시름이 깊었다. 선박 수주 감소로 중소형 조선소는 경쟁력을 잃어 대부분 문을 닫았고, 해운 경기 불황으로 국내 최대 국제해운선사의 역사가 마감되는 순간을 목도했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세계 경제를 흔들며,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해사산업은 몇 차례 큰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해 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한 단계씩 더 성장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또 잠시 잃었던 해운업계의 위상은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해사산업은 해운-조선-항만-기자재-금융 등 거대한 밸류체인을 구성하며, 연간 약 90조 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하고, 65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수출 및 고용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7%를 담당하고 있다. 약 10여 년 단위로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우리 해사산업은 한민족 특유의 끈기와 돌파력으로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산업의 ‘공든 탑’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산업 추세는 이른바 ‘2D’로 일컬어지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탈탄소화(Decarbonization)’로 분명하게 옮겨가고 있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이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해사업계도 두 축을 중심으로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조선해운산업의 디지털화와 탈탄소 규제대응을 위한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는 미래해양산업 발전을 위한 대명제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 가운데에 조선산업의 미래는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스마트 쉽야드(Smart Shipyard) 구축으로 그 향배가 갈릴 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선박으로, 기존 선원의 역할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대체함으로써 인적 과실을 줄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자원 운용과 항만물류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해사운송 부문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2025년이면 시장규모가 15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세계 조선 1위를 수호하기 위해 스마트 쉽야드 구축은 필수조건이다.
세계 조선시장에서 조선소의 설계 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건조 능력이며, 이는 최종 품질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조선소는 이미 고도의 설계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있으며, 이에 더해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한 선박건조 환경을 구축한다면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국제 환경규제는 2013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분야 온실가스 감축 규제 도입 이후,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특히 국제해운 탈탄소화 목표와 지난해 10월, 국제해사기구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5차 회의에서 승인된 현존선에 대한 CO2 저감 규정인 에너지효율등급지수(EEXI)의 도입(2023년)은 조선해운시장에 급격한 변화와 도전을 가져올 것이다.
이 목표와 규정으로 해운사들은 자사 선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친환경선박으로 신조 발주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SOC 집중 투자계획과 그린뉴딜, 그리고 해수부 등 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해양수산발전 3차 기본계획은 해사업계 발전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과 탄탄한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2D’ 기술은 우리 해양산업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로, 정부 해운사 조선소, 기자재업체 연구소 시험기관 선급의 역량을 모두 합쳐야만 성공적인 기술 선점을 이뤄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과감한 투자가 어려운 여건이지만 오랜 세월 우리가 축적한 ‘공든 탑’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2D’ 기술에 대한 국가적 역량결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 해운 다양한 연계 해양산업 간의 바람직한 선순환 협력 시스템 구축과 업종 간 활발한 기술협력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세계 최강의 해양강국이 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한국선급 기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