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 모 증권회사의 30대 차장급 평직원이 연봉으로 무려 22억3000여만 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였다. 기본급이나 수당같은 순수 월급은 1억 원 남짓이고 나머지 21억 원은 성과급이었다. 이 직원이 개발한 특정 금융상품이 대박을 터트려 증권사 자금 유치에 상당한 공을 세운 데 대한 포상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연봉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물론 심지어 오너보다 많았다는 사실이다.
성과급은 직원의 생산성에 비례하는 회사의 당근책이다. 그러나 성과급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놓고 학계의 주장은 다소 엇갈린다. 성과급을 받는다는 기대가 있으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 회사 매출도 올라간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초기엔 일정 효과가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과급제 시행 기업이 대부분 매출액과 수익성이 원래부터 높았던 대기업이기 때문에 ‘성과급 덕분에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착시를 일으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오늘 임직원에게 부문별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50%로 가장 높은 비율의 성과급을 받게 된 부서는 스마트폰과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로 알려졌다. 작년에 비교적 선방한 반도체 부문도 성과급이 50%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집계된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은 1억800만 원 수준이다. 이날 삼성전자 일부 부서 직원들의 월급통장에는 1인당 평균 5000만 원이라는 목돈이 꽂히는 셈이다. 웬만한 직장인의 1년 벌이보다 많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기기나 가전제품이 코로나 특수를 누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작년에 휘몰아친 부동산과 증시 투자 광풍 덕분에 기대 밖 수익을 올린 은행이나 증권가도 표정관리 중이다. 성과급은커녕 정기 상여금이나 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기업이 수두룩한 요즘, 코로나가 빚어낸 또다른 양극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성과급제는 1992년 정부가 월 고정급을 대신해 권장하면서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임금을 총액으로 묶어 인상 속도를 제한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잘 나가는 회사의 ‘13월의 월급’ 쯤으로 인식된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모두가 궁핍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 호황 기업 중엔 특별한 노력없이 그저 상황의 산물로 비정상적인 반사이익을 취하는 곳이 분명 존재한다. 소수의 성과급 잔치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고 그저 배아픈 소시민의 딴지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